
-헌법학자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와 「헌법해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학자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와 「헌법해의」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되었고,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제헌절인 7월 17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가장 상위법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는 통제받지 않는 폭력이 됩니다.
지난 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2025년 4월 4일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파면 결정이 선고되기까지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헌법에 대한 해설서가 다수 출판되어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혔습니다.
제헌절을 앞두고 「한박웃음」 2025년 7월호에서는 우리나라 헌법서의 고전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유진오(俞鎭五, 1906~1987)*의 「제헌헌법 초고」(1948)와 「헌법해의(憲法解義)」(1949)입니다.
유진오는 헌법학자로서 우리나라 헌법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가 저술한 「헌법해의」, 「헌법의 기초이론」, 「헌법강의」 등은 오늘날에도 헌법서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 유진오(俞鎭五, 1906~1987)는 「창랑정기(滄浪亭記)」, 「김강사와 T교수」 등을 쓴 문학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고려대학교 총장,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교육가이자 정치가이기도 하다.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광복 이후 제헌헌법의 기초를 세웠고 초대 법제처장을 지내기도 했다.
제헌헌법 초고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고 나서 같은 해 12월 초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에 헌신해 온 법률가들이 중심이 되어 헌법기초위원회를 결성하고 헌법에 대한 연구와 그 기초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후 1946년 헌법기초분과위원회가 공식기구로 출범하여 헌법기초위원회의 기능을 승계하였습니다.
「제헌헌법 초고」는 유진오가 1948년 4월 남조선 과도정부 산하 법전편찬위원회 활동 당시 작성한 육필원고입니다.
제헌헌법의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헌헌법의 골격을 이루는 모본(母本)으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원고는 200자 원고지 70여 장 분량으로, 국한문혼용으로 작성되었으며 헌법 전문(前文)을 비롯해 총강(總綱), 인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보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헌헌법의 상당 부분은 ‘유진오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헌헌법은 전문에서부터 대한민국이 3·1운동 정신에 의해 수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여 재건하는 것임을 명시하며 우리 정부의 민족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총강의 제1조에서는 조선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으며 제2조에서는 “국가의 주권은 인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체의 자유(제9조), 거주이전의 자유(제10조), 신앙과 양심의 자유(제12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13조) 등의 권리가 명시되었는데, 이러한 권리는 현행 헌법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어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 유진오와 행정연구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헌법 초안이다. 공동으로 작성한 헌법안이지만 유진오안의 영향이 압도적이었다.
헌법 제정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등 현대적 의미의 통치 질서가 우리 역사상 최초로 마련되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헌헌법은 의회의 논의를 거쳐 160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국민 대표의 동의를 받아 제정함으로써 헌법의 권위를 한층 더 확고히 하였습니다. 유진오가 기초한 제헌헌법은 근대 민주주의 헌법이 갖추어야 할 기본 정신과 원칙들을 거의 빠짐없이 반영하였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헌법해의
유진오가 저술한 「헌법해의(憲法解義)」는 제헌헌법의 내용을 해설한 책입니다. 초판은 1949년 2월 15일에 명세당에서 발행되었고, 4월 20일에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책은 서론, 본론, 부록의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론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정의 경과와 대한민국 헌법의 특징을 서술하였고, 본론은 전문(前文)에서 시작하여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경제, 제7장 재정,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헌법 개정, 제10장 부칙을 조문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진오의 「헌법해의」는 대한민국 헌법에 관한 최초의 학술적 저술로서, 우리나라 헌법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자유와 평등을 될 수 있는 대로 보장하고 그의 창의를 존중하고자 한 점에 있어서는 어느 민주국가의 헌법에도 뒤지지 않으며 각국 헌법이 열거한 국민의 권리와 자유는 거진 빠짐없이 규정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간에 빈부의 차이가 현격한 현재에 있어서는 국민에게 법률적, 형식적으로 자유, 평등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하게 되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영토에 비하여 인구가 조밀할 뿐 아니라 산업의 발달이 충분하지 않아서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려면 국가가 일방으로는 국민의 자유, 평등과 권리를 될 수 있는 대로 보장하는 동시에 일방으로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균등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하므로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의 균등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특히 노력하였으며 그를 위하여 제종의 규정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헌법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은 다른 민주국가와 같이 정치적 법률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고자 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실질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고자 한 것이다.”
(유진오, 「헌법해의」, 10쪽)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와 국민이 더불어 사는 공화주의 정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몇몇 국가들은 외국학자들에게 헌법 제정을 의뢰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헌헌법이 우리나라 학자에 의해 기초됐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제헌헌법의 전문을 관통하는 이념인 민족주의, 민주주의, 균등주의, 국제평화주의는 현재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입니다.
다가오는 제헌절을 맞아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와 「헌법해의」를 통해 헌법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 참고자료
고려대학교 박물관ㆍ고려대학교 도서관(2025), 「(고려대학교 개교 120주년 기념 특별전 도록) 120년의 高ㆍ動, 미래지성을 매혹하다」. 고려대학교.
金孝全(2007), 「<서평 특집: 한국의 법학 명저> 俞鎭五, 「헌법해의(憲法解義)」, 「法學」 제48권 3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유진오(1949), 「헌법해의」, 명문당.
유진오(1980), 「헌법기초회고록」, 일조각
국가지정기록물 온라인전시관 (https://theme.archives.go.kr/next/onlineGallery/viewMain.do)
한국사데이터베이스-헌정사 자료 DB (https://db.history.go.kr/id/c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