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한글연구소 &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
한글을 디자인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다!
근대한글연구소 &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입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한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이 읽고 쓰는 기능을 넘어 미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자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4월, 한글을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한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 김포 순회전이 개막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시연계교육 프로그램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도 같이 진행되었는데요.
패션, 영상, 공예 등 다양한 예술 속에 녹아든 한글과 아이들의
활기 넘치는 교육 현장 소식을 이번 기획 기사에서 전해드립니다.
아시아 5개 지역 순회 후, 국내 첫 순회전
국립한글박물관과 김포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전시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가 지난 4월 1일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에서 개막했습니다. 이 전시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많은 외국인 관람객의 관심과 사랑 속에 아시아 5개 지역 순회전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새봄을 알리는 꽃봉오리처럼 힘차게 국내 순회전의 첫 막을 올린 전시 현장을 만나봅시다!
한글실험프로젝트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하여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예술로 표현된 한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근대한글연구소>를 관통하는 주제는 근대 한글의 변화상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근대한글 자료를 재해석해 제작한 가구, 공예, 패션, 영상 등 21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동서말글연구실’, ‘한글출판연구실’, ‘우리소리실험실’, ‘한글맵시연구실’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곳은 1부 ‘동서말글연구실’입니다.
이곳에서는 근대 시기에 외국인들이 한글 및 한국어를 연구한 자료, 혹은 한글로 발음을 표기한 학습서 등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근대 시기 한글이 외부 세계를 보는 창이자, 전통과 미래를 잇는 다리였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화영 작가의 ‘한HAN글文’, 동서문화의 융합을 패션 디자인으로 표현한 이청청 작가의 ‘낯섦과 새로움, 그리고 연결’ 등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동서말글연구실’ 관람 후 이어지는 곳은 근대 한글 출판물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2부 ‘한글출판연구실’입니다.
19세기 말에는 신식 인쇄 기술이 도입되면서 신문, 잡지, 문학서 등 다양한 출판물이 발달하고, 한글의 보급도 활기를 띠었습니다.
한글 출판물은 당시 대중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글출판연구실’에는 바로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근대 한글 출판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지태칠기에 근대 한글 제호 디자인을 담아낸 유남권 작가의 ‘지태칠기’, ‘딱지본’을 증강현실 영상으로 재해석한 이예승 작가의 ‘증강 딱지본: 펼쳐지는 활자’, 한글 조합의 규칙을 건축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스튜디오 페시의 ‘자모 타일’ 등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관람할 곳은 3부 ‘한글맵시연구실’입니다.
이곳에는 근대 시기 한글의 조합과 배열 방식에 대한 고민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은 작품이 전시됩니다.
근대 출판물 속 한글 배열의 아름다움, 한글과 다른 문자의 조화로움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 ‘쓰기의 층위’,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의 한글 제호를 패션 조형으로 재해석한 박춘무 작가의 ‘무제’ 등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관람 구역은 4부 ‘우리소리실험실’ 입니다.
‘우리소리실험실’에는 판소리를 각색한 근대 출판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서체로 춘향가의 한 대목을 보여주는 김현진 작가의 ‘한글 광상’, 심청의 애절한 효심을 무용 의상으로 표현한 김혜림 작가의 ‘효’를 바로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국악아카펠라그룹 토리스의 ‘제비노정기’는 제비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대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입니다.
‘제비노정기’는 큼직한 한글로 가사를 전달해 주는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흥겹습니다.
각 작품 설명에는 작품 제작의 배경이 된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자료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근대 한글 자료 사진과 함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면, 한글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한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글 꿈나무, 예술가가 되다!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
한글 실험 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는 매주 금요일마다 유아들을 위한 한글 체험 교육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유아들에게 한글을 기반으로 한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는데요. 참가한 아이들은 한글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감상한 뒤, 자신만의 한글 앞치마를 만들어 개성을 뽐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작품을 완성한 아이들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만든 앞치마를 소개했습니다. 작품은 물론 패션쇼까지 선보인, 그 웃음 가득했던 현장을 잠시 들여다볼까요?
본격적으로 앞치마를 만들기 전, 아이들은 전시실로 이동해 다양한 한글 작품들을 먼저 감상했습니다. 이날 수업에 함께해 준 자음과 모음 선생님들의 인솔에 따라 이동은 차례차례, 관람은 질서 있게 따라와 주었는데요. “사람이 두 명이라 엄마 아빠 같아요”, “옷에 자음과 모음이 들어있어요” 등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감상평은 하나의 작품에서도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자음 선생님’으로 함께한 전승환 교육 강사는 아이들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할 때면 진정한 예술가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어른들의 생각이 미치지 않는 부분도 아이들은 순수한 상상력으로 마음껏 표현하기 때문에 감동할 때도 많고, 덕분에 그는 매주 금요일을 기다리게 되었다며 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다시 교육 장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저마다 앞치마를 받아서 꾸미기를 시작했습니다. 방금 전시실의 작품을 감상하고 와서인지 아이들의 손이 앞치마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미키마우스 등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를 앞치마에 그려 넣기도 하고, 꽃과 나무로 봄을 담기도 하며 저마다의 예술혼을 불태웠는데요. 색색깔로 앞치마를 꾸미다가도 스티커, 리본 등의 재료가 추가되자 너도나도 손을 들며 새로운 재료에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 완성한 앞치마를 입은 아이들
▲ 포토존으로 이동하는 아이들
앞치마 꾸미기를 마친 아이들은 포토존으로 이동해 앞치마 패션쇼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심성의껏 만든 앞치마를 함께했던 모두에게 선보이는 시간이었는데요. 전시장 로비에 마련된 한글 포토존 앞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멋진 포즈를 취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승환 교육 강사는 직접 만든 한글 앞치마를 세종대왕님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소감에 감동했다고 전했습니다. 따뜻한 봄날, 한글과 함께한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예쁜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학예사가 들려주는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
Q1. 교육 대상을 유아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생애에서 유아기는 사회성 및 인지·언어 발달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유아기는 생애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마치 스펀지와 같아서 매우 다양한 탐색을 하고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자아개념, 창의성, 심미감의 기초를 형성하게 됩니다.
한글박물관에서 이번 교육과 같은 유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이러한 발달의 시기적 특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유럽의 경우에도 운영이 활성화된 예술기관들의 공통점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아이들이 오게 되면 가족들도 함께 방문하게 되고,
결국 이것은 기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Q2. 이번 전시의 한글을 재해석한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 ‘패션’을 교육 소재로 선택하신 이유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우리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글문화 교육 주제 영역의 확장을 위해 <한글 콘텐츠 기반 문화예술 융합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 사업을 진행하였고 개발 결과물 중 유아 단체가 한글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 보고 다 같이 패션쇼를 해보는 교육이 있었습니다.
마침 이번 순회전시는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고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였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전시실에서 패션 작품을 감상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글 패션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 봄으로써 자기 나름의 생각과 방식대로 재창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3.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의 교육 목적은 유아에게 한글을 기반으로 한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이들이 얻게 될 교육적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번 <알록달록 한글 패션쇼>는 작년 연구용역 결과물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재개발 과정을 거쳤는데요.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예술 수업이라는 점이 우리 박물관의 기존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정 누리과정과 다양한 관련 연구를 참고하여 교육 활동에 반영 하였는데요 예술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얻게 될 교육적 효과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예술 활동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창의성과 긍정성, 감성지능과 사회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계속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향후 새로운 유아 프로그램 개발에도 반영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박물관은 한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