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한글, 점자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소개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한글 자료를 소개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한글문화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2018년 제5회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에서는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영일 교수가 <손끝으로 읽는 한글, 훈맹정음>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손끝으로 읽는 한글 훈맹정음> 참고자료
강연은 도종환 시인의 ‘가을비’란 시 작품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교수가 준비해온 ‘가을비’ 자료는 두 장이었다. 하나는 한글로 쓰인 ‘가을비’였고 다른 하나는 한글 점자로 쓰인 ‘가을비’였다. 강연 참석자들은 한글로 쓰인 ‘가을비’를 눈으로 읽고 한글 점자가 박힌 ‘가을비’를 손으로 느꼈다.
이어 김 교수는 점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점자란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도록 만든 시각 장애인용 문자이다. 정안인(시각 장애인이 아닌 자)이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과는 다른 모양을 갖춘 별도의 약속 기호이다. 6점(세로 3점, 가로 2점)을 조합하여 만드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와 동일하지만 모든 나라의 점자가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자 혹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점자는 달라진다.
▲ <손끝으로 읽는 한글 훈맹정음> 강연을 맡은 김영일 교수
우리나라는 ≪훈맹정음≫을 기반으로 하는 한글 점자를 사용하고 있다. 한글 점자는 한글과 다르게 풀어쓰는 문자이다. 한 칸에 하나의 글자가 들어가는 것(점)이 아니라 한 칸에 하나의 자음 혹은 모음이 들어가는 식(ㅈㅓㅁ)이다. 한글 점자는 받침 자음과 다음 글자의 초성 자음이 연이어 혼동을 줄 수 있기에 초성 자음과 종성 자음을 구분 지을 수 있도록 다른 모양의 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점자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김 교수는 강연 참석자들의 대답과 참여를 유도하며 호흡을 맞춤으로써 강연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먼저 점자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6점 점자를 발명한 사람은 프랑스의 시각 장애인 루이 브라유로, 그는 메시지를 밤에 전달하고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12점 문자를 기초로 하여 시각 장애인용 점자를 고안해냈다. 세로로 된 6점을 한 번에 지각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하여 세로 3점, 가로 2점의 점자를 만든 것이 6점 점자의 탄생 배경이다.
▲ 한글 점자의 원리를 설명하는 김영일 교수와 집중해서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다음으로 김 교수는 한글 점자의 역사에 대해 말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설립된 제생원 맹아부 교사였던 박두성 선생이 1920년 제자들과 ‘조선어 점자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한글 점자 제정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1926년, 6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오늘날 한글 점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훈맹정음≫을 창안하였다. 이후 여러 번의 개정 과정을 거쳐 현재 한글 점자에 이르고 있다.
이후 강연은 점자의 형태를 배워보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점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초성 자음, 모음, 받침의 정자 형태를 살펴본 이후에는 풀어쓰기의 특징으로 인해 분량이 늘어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점자의 약자와 약어에 대해 알아보았다. 약어를 사용하면 분량이 줄어 읽기와 쓰기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성을 갖는다.
▲ 점자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있는 참석자들
강연을 마친 뒤에는 오늘 강연과 점자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한글 점자를 사용하는 중에 영어 점자가 나오면 어떻게 구분을 하는지, 점자를 눈으로 보고 인식하는 것과 다르게 손으로만 인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데 어떻게 손끝으로 점자를 인식하는지, 시각 장애인들은 어떻게 영화를 즐기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 교수는 영어 점자를 사용하기 전에 ‘여기서부터 영어 점자가 나온다’는 의미의 표기를 해줌으로써 한글 점자와의 혼용으로부터 오는 혼란을 방지하고, 점자를 읽기 위해서는 상당한 감촉 훈련이 필요하며, 영화의 경우 빠른 장면 전환으로 상황 파악이 어려워 시각 장애인들이 영화를 이해하기는 어려워 내용 중간중간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영화를 보는 식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김 교수가 영화를 보는 방법은 동행에게 설명을 부탁하여 영화를 이해하고 느낀다고 답함으로써 시각 장애인과 점자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손끝으로 읽는 한글, 훈맹정음>을 끝으로 2018년의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는 막을 내렸다. 내년에도 이어질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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