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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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책을 펼쳐 읽고 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묶었으며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아이 주변으로는 전구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다. 아이 뒤로는 분홍색 배경 위에 원고지가 펼쳐져 있으며, 그 위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 무언가 관찰하는 아이, 연필 위에 앉아 컵을 귀에 대고 있는 아이, 책 위에 앉아 망원경을 보고 있는 아이 등이 그려져 있다.

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어린이들에게 있어 책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독서의 즐거움과 한글 손 편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한다.


지수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서효은 어린이

지수에게. 지수야, 안녕? 네 이야기는 제목부터 흥미로웠어. ‘우주로 가는 계단’이라니. 우주는 로켓을 타고 가는 곳 아니었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알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네 이야기를 읽게 되었어. 가수 지망생 희찬이. 미국 범죄 드라마에 빠진 민아. 물리학을 사랑하는 너, 그 셋의 불협화음은 내가 보기엔 너무 소중한 우정인 것 같아.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네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해. 그래도 늘 함께하는 친구들과 정성으로 돌봐주는 삼촌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가족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추모식에 가지 않는 네 마음은 나도 충분히 알 것 같아. 701호 오수미 할머니는 어떻게 된 걸까? 비상등으로 다른 세상을 가 볼 수 있다니 나 같으면 알베르트 할아버지를 만나도 믿기지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오수미 할머니의 옆방에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산다고? 그것도 건강하게? 혹시 그렇다면 그 우주에는 지수네 엄마, 아빠와 지훈이도 살아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네가 이야기의 끝에는 조금 더 밝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낯선 말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 양자역학, 카오스, 빅뱅, 고리성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말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은 우주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제일 좋아한다는 고리성운을 찾아보았단다. 네 말대로 아름답긴 했지만 죽어가는 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슬퍼졌어. 우리 집 책장에도 ‘코스모스’가 꽂혀 있는데 너무 두꺼워서 거들떠도 안 봤거든. 대신, 칼 세이건이 나오는 짧은 영상을 봤어. 이 책을 보면서 그 영상에 나왔던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이 떠올랐단다.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었어. 지수 너는 앞으로 훌륭한 물리학자가 될 것 같아. 어쩌면 우주인이 될지도 모르지. 2025년 케임브리지에서 오수미 할머니를 진짜 만나게 된다면 함께 물리학을 연구하고 우주를 탐험하는 것도 좋겠어. 지수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네게는 착한 친구들과 너를 사랑하는 삼촌, 다정한 이웃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우유도 많이 먹고 건강히 지내다가 언젠가 우주로 가는 계단을 발견한다면 그때 다시 한번 더 네 이야기를 들려주겠니? 너를 알게 되어 반가웠어. 대구동천초등학교 너의 새 친구 효은이가.

지수야, 안녕? 네 이야기는 제목부터 흥미로웠어. ‘우주로 가는 계단’이라니. 우주는 로켓을 타고 가는 곳 아니었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알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네 이야기를 읽게 되었어.

가수 지망생 희찬이. 미국 범죄 드라마에 빠진 민아. 물리학을 사랑하는 너, 그 셋의 불협화음은 내가 보기엔 너무 소중한 우정인 것 같아.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네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해. 그래도 늘 함께하는 친구들과 정성으로 돌봐주는 삼촌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가족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추모식에 가지 않는 네 마음은 나도 충분히 알 것 같아.

701호 오수미 할머니는 어떻게 된 걸까? 비상등으로 다른 세상을 가 볼 수 있다니 나 같으면 알베르트 할아버지를 만나도 믿기지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오수미 할머니의 옆방에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산다고? 그것도 건강하게? 혹시 그렇다면 그 우주에는 지수네 엄마, 아빠와 지훈이도 살아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네가 이야기의 끝에는 조금 더 밝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낯선 말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 양자역학, 카오스, 빅뱅, 고리성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말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은 우주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제일 좋아한다는 고리성운을 찾아보았단다. 네 말대로 아름답긴 했지만 죽어가는 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슬퍼졌어. 우리 집 책장에도 ‘코스모스’가 꽂혀 있는데 너무 두꺼워서 거들떠도 안 봤거든. 대신, 칼 세이건이 나오는 짧은 영상을 봤어. 이 책을 보면서 그 영상에 나왔던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이 떠올랐단다.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었어.

지수 너는 앞으로 훌륭한 물리학자가 될 것 같아. 어쩌면 우주인이 될지도 모르지. 2025년 케임브리지에서 오수미 할머니를 진짜 만나게 된다면 함께 물리학을 연구하고 우주를 탐험하는 것도 좋겠어. 지수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네게는 착한 친구들과 너를 사랑하는 삼촌, 다정한 이웃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우유도 많이 먹고 건강히 지내다가 언젠가 우주로 가는 계단을 발견한다면 그때 다시 한번 더 네 이야기를 들려주겠니? 너를 알게 되어 반가웠어.

대구동천초등학교
너의 새 친구 효은이가

『우주로 가는 계단』

도서 『우주로 가는 계단』의 표지. 표지 한가운데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고 원 안에는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다. 우주에는 별자리, 수많은 별, 고리성운, 혜성 등 다양한 우주 행성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발판에 서서 그 원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원 주변으로는 계단들이 이리저리 펼쳐져 있으며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 사람, 거꾸로 계단에 서 있는 사람, 계단에 매달려 있는 사람,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지수는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평행 우주 이론’에 빠져든다. 가족들이 다른 우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믿음은 지수에게 큰 위로가 된다. 평행 우주 이론을 계기로 과학을 좋아하게 된 지수는 아파트 계단에서 우연히 이웃 물리학자 할머니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일상의 활기를 되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암호 메시지만 남긴 채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소중한 사람을 또다시 잃고 싶지 않은 지수는 더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사건을 추리하며 할머니가 남긴 단서의 암호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전수경 작가는 『우주로 가는 계단』으로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SF 문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작품”이라는 심사평에 걸맞게, 작가는 SF와 추리물을 넘나드는 새로운 서사로 과학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우주의 비밀을 밝혀 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우주로 뻗어 나가는 놀라운 상상력이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며, 주인공이 다양한 과학 이론을 빌려 합리적으로 추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추리 과정이 짜릿한 즐거움을 안긴다.

출처 : 출판사 창비 『우주로 가는 계단』 서평 중 발췌

전쟁의 아픔을 깨닫게 해준 몽실언니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김민채 어린이

전쟁의 아픔을 깨닫게 해준 몽실언니에게. 언니, 몽실이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사는 5학년 김민채라고 해요. 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6·25전쟁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싸울 때 제가 만약 언니처럼 그 장소에 있었더라면 언니처럼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에요. 또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고 각자 재혼해서 낳은 아이들도 동생으로 받아들이며 품어주었죠? 그 넓은 바다같이 한없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제가 언니께 가장 존경스럽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부분은 언니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으며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고, 발로 차 죽이려 할 때 했던 말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이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예요.” 편견 없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몽실언니의 말. 제가 몽실언니였다면 정말 언니처럼 검둥이 아기를 감싸 안아주었을까요? 저는 새까맣게 쓰레기로 뒤덮인 아기가 더럽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지나쳤을 텐데 언니가 그런 용감한 행동을 보여주었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그런 이기적이고 편견을 가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어요. 저는 요즘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 통일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마냥 좋아하고 반길까?’라는 생각을요. 몽실언니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에요.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북한을 깔보고 북한이 못 사는 나라라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북한도 우리를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생각을 나누어서 양쪽 모든 나라가 행복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우리의 지금만 만족하기 때문에, 우리 한국과 북한의 전쟁이 끝나지 않고,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과 핵폭탄을 만들며 개발하고, 한국이 불안감에 휩싸여 무기를 가지고 대비하며, 휴전이 끝나지 않고 한반도가 완전히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더 이상 몽실언니가 겪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남과 북이 먼저 소통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몽실언니 덕분에 전쟁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그 날까지 몽실언니의 이야기를 잊지 않을게요. 2021년 8월 4일. 한반도의 평화를 소망하는 김민채 올림.

언니, 몽실이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사는 5학년 김민채라고 해요.
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6·25전쟁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싸울 때 제가 만약 언니처럼 그 장소에 있었더라면 언니처럼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에요. 또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고 각자 재혼해서 낳은 아이들도 동생으로 받아들이며 품어주었죠? 그 넓은 바다같이 한없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제가 언니께 가장 존경스럽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부분은 언니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으며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고, 발로 차 죽이려 할 때 했던 말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이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예요.” 편견 없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몽실언니의 말. 제가 몽실언니였다면 정말 언니처럼 검둥이 아기를 감싸 안아주었을까요? 저는 새까맣게 쓰레기로 뒤덮인 아기가 더럽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지나쳤을 텐데 언니가 그런 용감한 행동을 보여주었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그런 이기적이고 편견을 가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어요.

저는 요즘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 통일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마냥 좋아하고 반길까?’라는 생각을요. 몽실언니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에요.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북한을 깔보고 북한이 못 사는 나라라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북한도 우리를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생각을 나누어서 양쪽 모든 나라가 행복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우리의 지금만 만족하기 때문에, 우리 한국과 북한의 전쟁이 끝나지 않고,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과 핵폭탄을 만들며 개발하고, 한국이 불안감에 휩싸여 무기를 가지고 대비하며, 휴전이 끝나지 않고 한반도가 완전히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더 이상 몽실언니가 겪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남과 북이 먼저 소통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몽실언니 덕분에 전쟁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그 날까지 몽실언니의 이야기를 잊지 않을게요.

2021년 8월 4일
한반도의 평화를 소망하는 김민채 올림

『몽실언니』

도서 『몽실 언니』의 표지. 간결하게 그려진 풀, 나무와 산 곁에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몽실 언니가 그려져 있다. 그녀는 귀밑까지 닿는 짧은 단발머리에 하얀 저고리, 무릎까지 오는 까만 치마를 입고 있으며, 맨발에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다. 아이는 분홍색 포대기로 감싸 업고 있다. 『몽실 언니』는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어린 몽실이가 부모를 잃고 동생 난남이를 업어 키우며 겪는 고난과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서, 출간 이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0년 한글맞춤법 개정에 따른 개정판을 낸 뒤에도 10년에 걸쳐 42쇄를 펴내는 동안 필름이 낡아 인쇄가 불가한 이유로 개정판을 거듭 출간해야 했 다. 한국 아동문학으로서 이만큼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하게 ‘스테디셀러’가 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작품이 어린이의 눈으로 전쟁과 가난이라는 우리 역사의 아프고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고 또한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난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걸작이라는 점에서, 『몽실 언니』는 우리 문학의 귀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출판사 창비 『몽실 언니』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