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어떻게 학습했을까?
새 마음 새 뜻으로 시작하는 언어공부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학습했을까?
‘처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달이 찾아왔는데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외국어 공부를 결심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나 언어 학습 앱 등 다양한 매체가 보급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과 경로 역시 한층 다양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외국어를 공부했을까요? 오늘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발간한
『한글문화지식 100』의 내용 중 조선시대의 외국어 학습 방식과 더불어,
예로부터 한국 문화에 깊은 애정을 보였던
외국인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소리로 기록한 외국어
한글로 읽는 조선의 언어 학습서
한글은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고 번역하는 데 효과적인 문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적절히 조합해 외국어의 발음을 원음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조선 중종 때 역관 최세진이 간행한 중국어 회화 학습서 『번역노걸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번역노걸대』는 중국어(한어) 학습서인 『노걸대』를 우리말로 번역한 초급 단계의 중국어 회화서로, 원문에 한글로 중국어의 정음과 속음을 함께 달아둔 교재입니다.
2권으로 구성된 『번역노걸대』에는 고려 상인이 인삼 등 고려의 특산물을 싣고 북경을 다녀오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들을 대화체로 풀어내 당대의 구어체 표현과 고유어를 풍부하게 담았으며, 후대에 번역된 『노걸대언해』와 비교하면 언어의 변천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남아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번역노걸대』가 초급 단계의 중국어 학습서라면, 『번역박통사』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 단계의 중국어 교재입니다.
최세진은 중국어(한어) 학습서인 『박통사』 원문에 『번역노걸대』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어의 정음과 속음을 한글로 달아 우리말로 번역했는데, 현재는 1권만 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번역박통사』는 고려 상인의 중국 여행과 교역 과정을 담은 회화집으로, 원본인 『박통사』가 만들어진 원나라 시기의 중국 생활 풍습과 제도를 총 111가지 상황을 통해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중국어 발음을 한글로 기록한 자료라는 점에서, 『번역박통사』는 중국어 음운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책입니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 사역원에서는 중국어(한어) 학습서인 『역어유해』를 비롯해 몽골어 학습서 『몽어노걸대』와 『몽어유해』, 만주어 학습서 『청어노걸대』와 『팔세아』, 일본어 학습서 『왜어유해』와 『첩해신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재를 편찬했습니다. 이들 책은 각 언어를 담당할 역관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제작된 학습 교재로,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 방식과 언어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한글 문화에 반한 외국인들,
사전으로 기록한 한글과 한국어
앞서 소개한 외국어 학습서들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외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자 했던 흔적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그 시절,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시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인들은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한글 교재와 사전까지 편찬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만든 사전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서양어와 한국어를 처음으로 엮어낸 대역사전은 러시아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노한사전』입니다. 이 사전은 187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인 마을 관리였던 푸칠로가 한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편찬한 것으로, 러시아어는 활자로 인쇄하고 한국어는 푸칠로가 직접 쓴 한글 글씨를 바탕으로 석판 인쇄했습니다. 『노한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함경북도 방언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연해주로 이주한 한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한국어를 바탕으로 편찬되었기 때문에, 연해주와 인접한 함경북도 지역 사람들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담긴 것입니다.
1880년에는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엮은 대역사전인 『한불자전』도 편찬되었습니다. 『한불자전』은 프랑스 선교사 리델의 주도로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에서 편찬한 사전으로, 한국어 표제어를 프랑스어로 풀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구성은 어휘부, 문법부, 지리부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전이라는 성격에 맞게 어휘부가 중심을 이루고 문법부와 지리부는 부록으로 수록되었습니다. 『한불자전』의 초고는 리델이 병인박해를 피해 중국 요동반도의 한 마을에 피신해 있던 시기에, 한국인 신도 최지혁의 도움을 받아 1873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들이 내용을 보완했으며, 1880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최종 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97년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엮은 대역사전인 『한영자전』도 편찬되었습니다.
『한영자전』은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을 돕기 위해 편찬한 사전으로, 앞서 간행된 『한불자전』과 『영한사전』 등을 참고해 제작되었습니다.
게일은 머리말에서 “당시 신빙할 만한 사전이 없음을 유감으로 여겨,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한국말과 글을 읽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많은 어휘를 수록했다”고 밝히며 편찬 동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영자전』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한영사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개항 이후 급변하던 한국어의 변화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외국어 학습서와 외국인들이 편찬한 사전은 한국과 세계가 언어를 통해 오래전부터 서로를 이해하고자 노력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전 세계로 확산한 한류 열풍 역시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가 쌓여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전 속 문자로, 오늘날에는 음악과 영상 속 언어로 한국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시대는 달라졌지만, 한글을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