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편지 속 새해 이야기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연말이 되면 우리는 한해를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곤 합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했을까요?
한글 편지 2편에 담긴 새해 이야기를 만나봅시다.
새해에는 안부 인사와 함께 선물을~
정조(正朝, 1752~1800)는 외숙모님인 여흥 민씨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편지는 만 41세가 되던 연말에 보낸 편지로, 새해 초에 외숙모님을 뵙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의 상단에는 선물 목록이 따로 붙어 있는데, 돈이나 쌀 등의 생필품을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고기, 기호품 등을 보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물 목록 끝에는 ‘내탕지인(內帑之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이는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탕고(內帑庫)에 있던 물품을 보냈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도장을 찍은 것입니다.
[판독문]
국동 홍 참판 젼납 근봉
납한의 긔후 평안신 문안 아고져 라오며
내년은 궁 뉵슌이오시니 경온 하졍을 엇디 다 형용여 알외올잇가
셰슈 칭경 의 드러오시면 뵈올가 든든 기리오며
셰의 수둉은 으졋지 못오나 마다 보내던 거시기 보내오니 수로 밧오쇼셔
머디 아니엿오니 내내 평안오심 라이다
계튝 납월 념일
[현대어역]
국동 홍 참판 댁에 전달하여 바침. 삼가 봉함.
섣달 추위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내년은 어머니 육순이시니 기쁜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새해 초 경사 때에 (숙모님께서 궁에) 들어오시면 뵐 수 있을까 하여 기다려집니다.
연말 선물 몇 가지는 변변치 않으나 해마다 보내던 것이오니 수대로 받으시옵소서.
새해가 멀지 아니하였사오니 내내 평안하시기를 바라옵니다.
1793년 12월 일
[판독문]
인삼 일 냥, 젼문 일 냥, 미 일 셕, 거 오 근, 대젼복 일 졉, 광어 이 미,
츄복 십 졉, 대구어 일 미, 쳥어 일 급, 고치 일 슈, 치 삼 슈, 건시 이 졉,
하란 삼 승, 쳥 오 승, 젼약 일 긔, 민강 삼 근, 경조 연듁 일 , 간듁 오
계튝 십이월 일
[현대어역]
인삼 한 냥, 돈 일백 냥, 쌀 한 섬, 솜 다섯 근, 큰 전복 한 접, 광어 두 마리,
추복 열 접, 생대구 한 마리, 청어 일 급, 살진 꿩 한 마리, 꿩고기 세 마리,
곶감 두 접, 새우알 석 되, 꿀 다섯 되, *전약(煎藥) 한 그릇, 민강(생강과자) 세 근,
서울산 담뱃대 한 개, 담배설대 다섯 개.
계축 십이월 일 1793년 12월 일
*전약(煎藥) : 각종 한약재와 꿀 등을 넣어 굳힌 음식
새해에는 글 더 잘하기를 바랄게
사대부가에서는 새해 선물로 어떤 것을 보냈을까요? 경제적 여유나 형편에 따라 그 선물은 달랐을 것입니다.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 중 17세기 초 경상도 현풍 소례 마을에서 살았던 곽주(1569~1617)와 그 가족들이 쓴 편지인 『현풍곽씨언간』 중에는 시집간 딸이 새해를 맞이하여 선물을 보내면서 동생들에게 글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대목이 적혀 있습니다. 딸은 당시 종들이 죄를 지어 감옥에 가고 몇몇 종은 달아나고 병이 드는 등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 아버지가 예전에 보낸 편지를 보며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새해를 맞이하여 친정에 안부 인사와 선물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그는 바늘, 분, 연지, 조반, 약주 두 병, 과실, 대구 두 마리, 조각, 버선, 그리고 붓글씨 쓸 때 필요한 먹 넉 장을 친정에 보냈습니다. 편지 마지막에는 대임이를 비롯한 남동생들에게 새해에는 글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저보다 글공부 못하던 동생들이 다 잘한다고 하니 더욱 힘써 글을 읽으라는 당부를 보내고 있습니다.
[판독문]
신셰예 어린 동 거느리셔 긔운 엇샨고
(중략)
아바님 여희완 지 엇그젠 오 셔 시년이 쟝근
되엿오 어 가시고 글시도 몯 보거뇨.
(중략)
아것도 졍 알외올 것 업와 됴치 아닌 시
느 조반 고 약쥬 두 실과 고 대구 두 마리 조각
죠곰 고 보션 보내노이다. 졍이나 아시소.
술란 나 둉이나 머기쇼셔. 이저야 보내오니
웃올가 둉 붓그럽와이다. 먹넉 장 가오니 쟝으란
어마님 시고 두 쟝으란 두 아기시 주시고
쟈으란 대임이 글 스라 쇼셔.
대임의내 세게 안부시고 새예 글 잘가 라노라 니쇼셔.
은 저의만 몯 거시 다 잘 다니 브 힘셔 니라 쇼셔.
[현대어역]
새해에 어린 동생들을 거느리고서 기운이 어떠하십니까?
(중략)
아버님을 여읜지 엊그제인 듯하오나 벌써 십 년 가까이 되었사오되
(아버님께서는) 어디에 가시고 한 자의 글씨도 못 보실까!
망극히 서러움은 해가 거듭될수록 새로이 (가슴이) 타는 듯 서러워,
전에 받은 편지를 매일 보며 가슴이 짓타듯하여 눈물을 금치 못하며 서럽습니다
(중략)
아무것도 정을 알릴 것이 없어서 좋지 않은,
때 늦은 조반하고 약주 두 병과 과실하고,
대구 두 마리, 조각 조금하고 버선을 보냅니다. 정이나 아십시오.
술은 사내종들에게 먹이십시오. (情 알릴 것들을) 이제야 보내니 남이 웃을까
종에게 부끄럽습니다. 먹 넉 장이 가니 한 장은 어머님께서 쓰시고
두 장은 두 아기씨에게 주고 한 장은 대임이에게 글을 쓰라 하십시오.
대임이와 동생들 셋에게 안부하시고 새해에 글 잘 하기를 바라노라고 이르십시오.
예전에는 다른 아이가 대임이 저보다 못했는데
지금은 다 잘 한다고 하니 부디 힘써 (글) 읽으라 하십시오.
새해, 다들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고 계신가요?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가갸날 100주년입니다. 이를 맞이하여 한글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 연구과 교육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새해에도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