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조리서로 만나는 조선의 맛
조선시대 흑백요리사들의 요리 비법 대공개?!
한글 조리서로 만나는 조선의 맛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 요리사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백수저’ 요리사가
음식 대결을 펼치는 ‘흑백요리사 시즌2’가 연일 큰 화제입니다.
방송에 등장하는 화려하고 독창적인 음식들이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찾아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요리 예능 프로그램도, 인터넷도 없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음식을 만들어 먹었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조상들의 식생활과 조리법을 엿볼 수 있는
한글 조리서와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조리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여성이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이자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입니다.
1670년 무렵 재령 이씨 석계 이시명의 부인인 장계향이 딸과 며느리들을 위해 조리법을 기록한 책으로, 총 146가지의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를 보여주며 한국 음식사 연구의 기본 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닙니다.
더불어 17세기 한국어의 일상적 쓰임을 보여주는 귀중한 언어 자료이기도 합니다.
『음식디미방』에는 국수, 만두, 국, 떡, 주류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 조리법이 나와 있습니다.
저자는 예로부터 전해 오거나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특별한 음식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명절이나 잔치에 빠지지 않는 잡채의 조리법도 등장하는데요.
다만 이 책에 기록된 잡채는 당면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잡채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음식디미방』 속 잡채의 조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의 잡채는 당면 없이 ‘꿩, 두릅, 냉이’ 등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와 7가지 양념을 볶아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과는 또 다른 조선시대 사람들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음식디미방』은 최근 민간 최초의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국내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전통 음식문화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더욱더 주목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선시대 양반의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조리서, 『음식방문』


『음식방문』은 1882년에 출간된 한글 조리서입니다.
이 책에는 만두, 찜과 같은 반찬 종류와 대추인절미, 정과, 조란과 같은 별식 만드는 법 등 총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먹던 43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음식이 바뀔 때마다 큰 동그라미 표시를 했습니다.
이는 독자가 원하는 조리법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음식인 떡볶이 조리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고추장을 양념으로 한 기본 떡볶이 외에도 로제 떡볶이, 짜장 떡볶이, 마라 떡볶이 등 다양한 시도가 더해지며 떡볶이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과연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떡볶이를 즐겨 먹었을까요?
당시 사람들이 즐겨 먹던 떡볶이는 지금의 고추장이 들어간 빨간 떡볶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조선시대의 떡볶이는 여러 양념에 잰 고기를 떡과 함께 볶고, 만두소처럼 다진 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후 후추를 뿌려 완성한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음식방문』에는 국화잎에 다진 고기를 넣고 감싸서 데친 ‘국화만두’나 ‘숭어주악’, ‘금중탕’ 같이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는 음식의 조리법이 다양하게 담겨있습니다.
생활 속 지혜를 담아낸 실용 조리서, 『소견법』


『소견법』은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리서입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약을 만드는 방법도 함께 적혀 있는데요.
약 만드는 법은 한자로, 음식 조리법은 한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견법(消遣法)’은 어떤 것에 재미를 붙여 심심하지 않게 세월을 보내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필자가 자신이 기록한 생활 지식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소견법』에는 오늘날에도 즐겨 먹는 ‘꿀떡’, ‘시루떡’, ‘두텁떡’ 등 다양한 떡 조리법을 비롯해 ‘육개장(육ᄀᆡ장)’, ‘게장’ 같은 탕류, 반찬인 ‘생치찜(ᄉᆡᆼ치ᄯᅵᆷ)’, ‘송이찜(숑이ᄯᅵᆷ)’ 그리고 김치류인 ‘동치미(동침이)’ 조리법까지 폭넓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와 손질법 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과 조리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한글로 쓰인 조리서와 그 안에 담긴 조리법을 살펴봤습니다. 조리법 하나하나에는 좋은 음식을 후손에게 전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요. 음식이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예술이 된 지금, 오래된 기록 속 조리법을 통해 우리 음식의 깊이와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