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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불교 용어라고?
모르고 쓰던 일상 속 불교 단어 알아보기!

오색 연등이 거리를 밝히며,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는 5월이 찾아왔습니다. 1,600년의 역사를 품은 한국 불교는 그동안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내렸는데요. 그 흔적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속에도 남아 있습니다. ‘찰나’, ‘아수라장’처럼 불교 용어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단어부터 ‘건달’, ‘강당’ 등 불교와 연결 짓기 어려운 단어까지, 생각보다 많은 단어가 불교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친숙한 불교 용어들을 소개합니다.

불교에서 온 말! 익숙한 단어들의 숨은 유래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를 ‘찰나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이때 ‘찰나’는 아주 짧은 시간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 ‘크샤나’에서 유래된 말로,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나타냅니다. 찰나를 현대시간의 수치로 환산하면 75분의 1초로, 인간이 인식할 수 없을 만큼의 짧은 시간입니다.

반대로, ‘겁’어떤 시간의 단위로도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을 말합니다. 흔히 우주의 나이처럼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득한 시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영겁’은 영원한 세월을, ‘억겁’은 무한하게 오랜 시간을 가리킵니다.
‘아수라’ 나무 조각상 사진이다. 여러 팔을 지닌 아수라가 무기를 들고 역동적인 자세로 서 있다.

▲ 아수라 조각상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설법하는 석가모니불’ 사진이다. 중앙에 앉은 불상을 중심으로 여러 보살과 인물들이 둘러싼 화려한 불화다.

▲ 설법하는 석가모니불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아수라’ 나무 조각상 사진이다. 여러 팔을 지닌 아수라가 무기를 들고 역동적인 자세로 서 있다.
‘설법하는 석가모니불’ 사진이다. 중앙에 앉은 불상을 중심으로 여러 보살과 인물들이 둘러싼 화려한 불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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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싸움이나 그 밖의 다른 일로 큰 혼란에 빠진 곳. 또는 그런 상태‘아수라장’이라고 합니다. ‘아수라’는 불법을 수호하는 8명의 수호신인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 본래는 고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선한 존재였으나, 하늘과 싸우면서 악신(惡神)이 되었습니다. 증오심이 가득해 싸우기를 좋아하는 아수라는 수미산 북쪽에 살며 제석천(인드라신)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들이 싸우던 곳을 ‘아수라장’이라 불렀고, 오늘날에는 분란과 싸움으로 뒤엉킨 난장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함을 가리키는 ‘이심전심’ 역시 불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설법하던 중,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석가모니가 꽃송이 하나를 집어 말없이 들어 보였을 때, 제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이 일화에서 비롯된 이심전심은 스승과 제자가 마음으로 불법의 도리를 주고받았다는 뜻의 불교 용어입니다. 오늘날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통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불교에서 왔다고? 모르고 썼던 불교 용어 알아보기

경상북도 경주시 탑동에 있는 담암사 터에서 발견된 ‘팔부신중중 건달바상’ 사진이다. 중앙에는 다리를 꼬고 앉은 인물이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주변에는 구름무늬 장식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거친 돌 표면 위에 세밀한 선으로 인물의 옷 주름과 장식이 드러난다.

▲ 팔부중상 석탑면석-건달바 (출처: 국립경주박물관)

건달은 불법을 수호하는 8명의 수호신 팔부중(八部衆)의 음악을 담당하는 신 ‘건달바(乾闥婆)’에서 온 말입니다. 이런 음악의 신이 왜 오늘날에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됐을까요? 불교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일부 용어들은 정확한 의미를 잃고 변질되었는데, 건달바도 그중 하나입니다. 음악을 맡은 신이 우리나라에서는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으로 오해받게 된 것입니다.

건물의 출입문을 뜻하는 ‘현관’ 역시 본래의 의미가 변한 단어입니다. 불교에서 현관은 ‘깊고 묘한 이치에 통하는 관문’을 의미합니다. 이 말이 처음에는 사찰 건물의 정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이후 불교가 우리 생활 곳곳에 널리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건물의 출입문이나 건물에 붙이어 따로 달아낸 문간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불국사 무설전 건물 전경을 담은 사진이다. 기와지붕을 얹은 길게 이어진 전통 한옥 건물이 정면으로 보이며, 기둥과 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건물 앞에는 돌로 된 기단과 계단이 놓여 있고, 뒤쪽에는 나무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 배경이 펼쳐져 있다.

▲ 불국사 무설전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강당’ 역시 불교에서 온 단어입니다. 강당은 사찰에서 불경을 강론하고 설법하던 장소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신라시대부터 대부분 금당 바로 뒤에 강당을 갖추었는데, 불국사 무설전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근대 이후 금당 앞의 누각은 거의 강당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대웅전이 설법하는 강당의 기능을 겸하게 되며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모여 가르침을 듣던 공간’이라는 강당의 본질적 개념은 남아, 지금은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강연이나 강의, 의식 따위를 할 때에 쓰는 건물이나 큰 방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에게 ‘나락 간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요. 여기서 ‘나락’은 불교 용어 중 하나로,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를 나타냅니다. 산스크리트 ‘naraka’(나라카)의 발음을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밑이 없는 구멍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종교적 의미를 담은 용어가 점차 일상어로 확장되면서, 오늘날에는 본래의 의미인 지옥보다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해 온 불교 용어들을 살펴봤습니다. 익숙하게 쓰던 말들 속에 불교의 개념과 이야기가 스며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던 말들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켜켜이 쌓인 문화와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에 담긴 불교문화의 흔적을 통해 우리말이 품은 깊이와 재미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취재: 인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