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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다방의 인기곡은?!
흥겨운 재즈 노랫말을 소개합니다!

싱그러운 5월은 재즈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경쾌한 선율은 화사한 날씨와 어우러져 우리의 기분을 한층 더 들뜨게 만드는데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재즈는 사실 일제 강점기에도 유행했던 음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모던 걸과 모던 보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재즈는 어땠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나라를 빼앗긴 어두운 시기에도, 우리말 가사를 덧붙인 흥겨운 선율로 일제 강점기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재즈를 소개해 드립니다.

부부가 노래한 재즈와 블루스

1900년대,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외곽의 흑인들로부터 시작된 재즈는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렇게 미국을 넘어 일본 오사카를 거쳐 온 재즈는 유성기 보급과 함께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서양에서 건너온 재즈는 당시 모던 걸과 모던 보이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디오와 유성기를 통해 서양음악을 접하기 시작한 이들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외국 문화를 향한 호기심과 동경을 노랫말에 담아냈습니다.
푸른 배경 위에 김해송의 곡 ‘청춘계급’ 가사 일부가 흰 글씨로 적혀있다. 춤이나 추잔다 사랑의 탭ᄯᅢᆫ쓰 /이밤이 다-새도록 춤이나 추잔다 / 아-귀여운 아팟쉬 / 아-라리릿리 라리릿리 라랏다 / 샴팡을 마시펴 춤이나 추잔다 / <청춘계급> 1938 김해송 노래, 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김해송의 얼굴 그림이 실린 ‘청춘계급’ 가사지로, 흑백 인쇄물 형태의 오래된 자료다.

▲ 김해송 ‘청춘계급’ 가사지
(출처: 한국 유성기음반)

김해송과 이난영 부부가 함께 찍은 흑백 사진으로, 두 사람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 김해송 이난영 부부
(출처: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이동순)

푸른 배경 위에 김해송의 곡 ‘청춘계급’ 가사 일부가 흰 글씨로 적혀있다. 춤이나 추잔다 사랑의 탭ᄯᅢᆫ쓰 /이밤이 다-새도록 춤이나 추잔다 / 아-귀여운 아팟쉬 / 아-라리릿리 라리릿리 라랏다 / 샴팡을 마시펴 춤이나 추잔다 / <청춘계급> 1938 김해송 노래, 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김해송의 얼굴 그림이 실린 ‘청춘계급’ 가사지로, 흑백 인쇄물 형태의 오래된 자료다.
김해송과 이난영 부부가 함께 찍은 흑백 사진으로, 두 사람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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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대표적인 곡이 바로, 김해송의 ‘청춘계급’입니다. 김해송은 소위 '조선 재즈의 귀재'로 불렸으며, ‘오빠는 풍각쟁이’, ‘연락선은 떠난다’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청춘계급'은 현실은 식민 지배라는 불안한 상황에 있지만, 음악다방이나 카페 같은 사교 공간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과 기쁨을 꿈꾸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노랫말에 쓰인 ‘탭쓰(tap dance)’․ 샴팡(champagne)’․ 팔레쓰(palace)’ 등의 외래어는 당시 도시에 유행하던 청춘 문화의 한 측면을 잘 보여줍니다.
주황색 배경 위에 ‘다방의 푸른 꿈’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내뿜는 담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보인다. / 고요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 가만히 부른다 /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 부르누나 / 흘러간 꿈은 찾을 길 없어 / 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 / 사랑은 가고 추억은 슬퍼 / 블루스에 나는 운다 / <다방의 푸른 꿈> 1939 이난영 노래,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다방의 푸른 꿈’ 가사가 적혀있는 유성기 음반 가사지 모음 사진이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다방의 푸른 꿈’이라는 제목이 쓰여있고, 왼쪽 페이지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을 연필로 그린 삽화가 담겨 있다.

▲ ‘다방의 푸른 꿈’ 가사가 적혀있는 유성기 음반 가사지 모음,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주황색 배경 위에 ‘다방의 푸른 꿈’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내뿜는 담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보인다. / 고요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 가만히 부른다 /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 부르누나 / 흘러간 꿈은 찾을 길 없어 / 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 / 사랑은 가고 추억은 슬퍼 / 블루스에 나는 운다 / <다방의 푸른 꿈> 1939 이난영 노래,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다방의 푸른 꿈’ 가사가 적혀있는 유성기 음반 가사지 모음 사진이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다방의 푸른 꿈’이라는 제목이 쓰여있고, 왼쪽 페이지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을 연필로 그린 삽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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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빼앗겨 우리 말과 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에는 일상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노랫말이 유행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블루스곡으로 기록된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은 작곡가 김해송과 부부의 단짝 활동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 ‘봄 아가씨’ 등으로 당시 가요계를 풍미한 가수인데요. 이 노래에서는 트로트를 부를 때와 달리 코에 걸린 소리와 진성의 저음과 가성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블루스 특유의 애절하고 끈적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가사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상실감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블루스의 쓸쓸한 감성과 ‘부르누나’와 같은 우리말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이 더해져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일제 강점기, 세계 재즈를 우리말로 노래하다

분홍색 배경 위에 ‘싱싱싱’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와우 싱싱 모다 같이 노래해 / 와우 나와 같이 노래해 / 싱 언제든지 노래해 / 와우흥 모다 같이 노래해 / 닳곰한 이 노래는 거리마다 및인다 / <싱싱싱> 1939 손목인 노래, 원곡자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
손목인 ‘싱싱싱’ 리갈레코드 가사지 사진이다.

▲ 손목인 ‘싱싱싱’ 리갈레코드 가사지 (출처: 한국 유성기음반)

분홍색 배경 위에 ‘싱싱싱’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와우 싱싱 모다 같이 노래해 / 와우 나와 같이 노래해 / 싱 언제든지 노래해 / 와우흥 모다 같이 노래해 / 닳곰한 이 노래는 거리마다 및인다 / <싱싱싱> 1939 손목인 노래, 원곡자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
손목인 ‘싱싱싱’ 리갈레코드 가사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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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건너온 선율에 우리말 가사를 입힌 번안가요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싱싱싱(Sing Sing Sing)’이 있는데요. 이 곡은 1936년에 발표된 스윙재즈의 대표곡을 손목인이 한국어 가사로 번안해 부른 곡입니다. 주목할 점은 우리말 음반에서 ‘스캣(Scat)’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스캣은 재즈 가수가 간주 때 가사가 아닌 ‘두비두밥’, ‘다비디비’와 같은 무의미한 음절을 사용해 즉흥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표현하는 창법입니다. 손목인은 한국어의 음운이 갖는 리듬감을 살려 멋들어지게 스윙 재즈를 노래했습니다.
연두색 배경 위에 ‘유쾌한 시골 영감’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싀골영감 처음타는 긔차노리라 /차표파는 아가씨와 승강을하네 / 이세상에 에누리업는 쟝사가어듸잇나 / ᄭᅡᆨ거대자고 졸나대니 원이런질색이 하…… / <유쾌한 시골 영감> 1936 강홍식 노래, 원곡자 조지 존슨(George Johnson)
강홍식 ‘유쾌한 시골 영감’ 가사지 사진이다.

▲ 강홍식 ‘유쾌한 시골 영감’ 가사지 (출처: 한국 유성기음반)

연두색 배경 위에 ‘유쾌한 시골 영감’ 가사 일부가 적혀있다. 싀골영감 처음타는 긔차노리라 /차표파는 아가씨와 승강을하네 / 이세상에 에누리업는 쟝사가어듸잇나 / ᄭᅡᆨ거대자고 졸나대니 원이런질색이 하…… / <유쾌한 시골 영감> 1936 강홍식 노래, 원곡자 조지 존슨(George Johnson)
강홍식 ‘유쾌한 시골 영감’ 가사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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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강홍식이 발표한 ‘유쾌한 시골 영감’은 난생처음 서울 구경을 떠난 시골 영감이 기차를 타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범오가 작사하고 콜럼비아 재즈 밴드의 반주에 맞춰 강홍식이 불렀는데요. 음악적으로는 재즈에 속하지만, 문학적으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만요에 해당합니다. 원곡은 1898년 발매된 조지 존슨(George Johnson)의 ‘The Laughing Song(웃음의 노래)’으로, 흑인 민요를 의미하는 쿤 송(Coon Song)의 일종입니다. 시골 영감이 서울 가는 기차를 타면서 겪는 일을 재치 있는 우리말 가사로 담아낸 이 곡은 웃음과 함께 근대화 속에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을 자아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발매된 재즈를 알아봤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였지만, 조상들은 서양의 재즈에 우리말 가사를 입혀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흥겨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오늘 소개한 곡들을 찾아 들으며, 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공기를 함께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취재: 인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