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외곽의 흑인들로부터 시작된 재즈는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렇게 미국을 넘어 일본 오사카를 거쳐 온 재즈는 유성기 보급과 함께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서양에서 건너온 재즈는 당시 모던 걸과 모던 보이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디오와 유성기를 통해 서양음악을 접하기 시작한 이들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외국 문화를 향한 호기심과 동경을 노랫말에 담아냈습니다.
▲ 김해송 ‘청춘계급’ 가사지
(출처: 한국 유성기음반)
▲ 김해송 이난영 부부
(출처: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이동순)
그중 대표적인 곡이 바로, 김해송의 ‘청춘계급’입니다.
김해송은 소위 '조선 재즈의 귀재'로 불렸으며, ‘오빠는 풍각쟁이’, ‘연락선은 떠난다’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청춘계급'은 현실은 식민 지배라는 불안한 상황에 있지만, 음악다방이나 카페 같은 사교 공간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과 기쁨을 꿈꾸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노랫말에 쓰인 ‘탭쓰(tap dance)’․ 샴팡(champagne)’․ 팔레쓰(palace)’ 등의 외래어는 당시 도시에 유행하던 청춘 문화의 한 측면을 잘 보여줍니다.
▲ ‘다방의 푸른 꿈’ 가사가 적혀있는 유성기 음반 가사지 모음,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나라를 빼앗겨 우리 말과 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에는 일상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노랫말이 유행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블루스곡으로 기록된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은 작곡가 김해송과 부부의 단짝 활동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 ‘봄 아가씨’ 등으로 당시 가요계를 풍미한 가수인데요.
이 노래에서는 트로트를 부를 때와 달리 코에 걸린 소리와 진성의 저음과 가성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블루스 특유의 애절하고 끈적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가사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상실감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블루스의 쓸쓸한 감성과 ‘부르누나’와 같은 우리말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이 더해져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