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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사

새해, 모두의 건강을 바라며
한글 통한 조선 시대 의학 지식의 대중화

백세 시대가 도래한 지도 오래, 늘어난 기대 수명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누리 소통 매체의 알고리즘에서는 건강 관련 게시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매체들이 없던 조선 시대에는 의학 지식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었을까요? 한자를 모르던 평민들도 의학서를 읽고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한글 창제 이후 의학 지식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달되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글, 지식의 문턱을 낮추다

‘동의보감’ 한문본과 한글본 사진이다. 빛바랜 갈색 표지의 동의보감 한문본과 한글본이 여러 권 쌓여있다.
‘침구경험방’ 필사본 사진이다. 세로쓰기로 한글이 적혀있다.

▲ 한글 창제 이후 편찬된 의서
왼쪽: 『동의보감』 한문본과 한글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오른쪽: 『침구경험방』 필사본(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동의보감’ 한문본과 한글본 사진이다. 빛바랜 갈색 표지의 동의보감 한문본과 한글본이 여러 권 쌓여있다.
‘침구경험방’ 필사본 사진이다. 세로쓰기로 한글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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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창제되기 전, 한자를 모르는 평민들이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적을 통한 지식 습득은 일부 양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까웠죠. 세종대왕은 이러한 백성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이후 누구나 쉽게 글을 익히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은 물론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까지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는데요, 특히 건강과 직결되는 의학 지식의 전파는 백성들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글 창제 이전에 의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가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도 의서를 간행하고 있었습니다. 『향약구급방』과 『향약집성방』이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 발간된 의학서입니다. 이 두 의서에서는 우리말 약재명을 차자 표기하여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방대한 의학 지식을 차자 표기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의학서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훈민정음 창제는 지식 전달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성의 일상으로 들어온 의학서

『구급방언해에서 『언해태산집요까지

‘구급간이방언해’ 사진이다. 세로쓰기로, 한자와 한글이 적혀있다.

▲ 『구급간이방언해』, 파상풍 치료법 부분
(소장처: 한독의약박물관, 이미지 출처: 국가유산청)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로 된 의학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언해』가 꼽을 수 있는데요, 『구급방언해』는 응급 처치에 필요한 방법을 한글로 기록한 의서로, 응급 상황에서 치료해야 할 여러 병증과 처치법을 36개 항목으로 정리해 수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처방전에는 한글 주석을 달아, 당시 한자를 모르던 일반 백성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권에는 중풍, 뇌일혈, 빈혈 등의 내과에 대한 내용이, 하권에는 화상, 독충상 등 외과에 대한 내용이 주로 실려 있습니다. 『구급방언해』는 의서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15세기의 우리말을 보여주는 문헌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간이벽온방언해’ 본문 사진이다. 세로쓰기로, 한자와 한글이 적혀있다.

▲ 『간이벽온방언해』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16세기에는 전염성 열병이 유행해 전염병 치료서가 간행됐습니다. 경상도 관찰사 김안국 주도로 편찬된 『창진방촬요』, 의관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펴낸 『간이벽온방언해』 등이 이 시기에 발간된 대표적인 전염병 치료서입니다. 『간이벽온방언해』는 전염병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한글로 수록한 책으로, 전염병의 발생 시기와 원인, 그리고 44가지 치료법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간본은 전하지 않지만, 을해자본과 훈련도감자로 간행한 중간본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그 중 1578년 간행된 을해자본 중 한 권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언해태산집요’ 표지 사진이다. 빛바랜 갈색 표지에 ‘언해태산집요’가 한자로 적혀있다.

▲ 『언해태산집요』 표지

‘언해태산집요’ 본문 사진이다.

▲ 『언해태산집요』 본문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언해태산집요’ 표지 사진이다. 빛바랜 갈색 표지에 ‘언해태산집요’가 한자로 적혀있다.
‘언해태산집요’ 본문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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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시대를 막론하고 중대한 일입니다. 조선 시대에도 이를 중요하게 여겨 관련 의서가 편찬되었는데, 선조 대의 의관 허준이 저술한 『언해태산집요』가 대표적입니다. 이 책은 노중례의 『태산요록』을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우리말 번역을 덧붙인 의서입니다. 임신과 태교, 출산, 유아 보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폭넓게 다루며, 각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과 그에 대한 처방 및 처치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열 달 동안 태아의 변화를 달별로 기록한 부분은 오늘날의 의학 지식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확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건강 정보의 출발점에는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문자, ‘한글’이 있었습니다. 내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나 필요한 영양제, 건강한 음식을 검색할 때, 한 번쯤 한글의 소중함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기사가 여러분에게 한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