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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 내방가사

한글로 자신의 삶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남긴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생각과 감정을 4음보 가락에 실어 ‘이내말씀 들어보소’라며 내방가사를 지었습니다.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는 여성들이 한글로 자신을 표현하고, 살고 있는 삶과 시대를 적극적으로 기록한 문학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박물관 소장품 중 내방가사를 소개합니다.

착한 행실과 노력을 통해 부자가 된 여성의 노래

「복선화음록」은 조선후기 효와 덕을 실천하며 노동을 통해 부를 일군 김씨 부인의 성공 이야기를 적은 가사입니다. 복선화음이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재앙을 받는다는 뜻으로 착한 행실을 한 김씨 부인은 경제적 성공이라는 복을 받습니다. 「복선화음록」에는 본받아야할 모범적인 여성상이 적혀 있어 부인행실록, 김씨효행가로 이름이 바뀌어 향유되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봉양 무엇으로 하겠는가 은비녀 전당잡혀 쌀팔고 반찬사서
사오일 겨우지내니 굶는 것이 일상이라 혼수도 많건마는 이로어찌 당하겠느냐
친정의 작은도움 긴세월을 어찌하리 (...)
수족이 말짱하니 제가힘써 집을다스리면 어느누가 시비하리 분한마음 독하게먹고
살림살이 힘쓰리라 이부자는 날때부터 부자였나 밤낮으로 힘써함변 나라고 못견딜쏜가
- 「복선화음록」 중
「복선화음록」 필사본 사진이다. 두루마리에 김씨 부인의 성공 이야기가 적힌 노래 가사가 적혀있다.

▲ 「복선화음록」 필사본, 20세기 추정,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부인행실록』 필사본 사진이다. 책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 페이지에 한글로 가사가 적혀있다.

부인행실록 필사본, 19세기~20세기 추정,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복선화음록」 필사본 사진이다. 두루마리에 김씨 부인의 성공 이야기가 적힌 노래 가사가 적혀있다.
『부인행실록』 필사본 사진이다. 책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 페이지에 한글로 가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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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노래

딸 경계하는 노래에는 딸을 시집보내기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적은 가사가 담겨있습니다. 내방가사 중 계녀가류에 속하며 특히 이 작품은 딸에 대한 경계의 말보다는 복중에 있을 때부터 애지중지한 딸에 대한 추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작품 말미에는 내년 봄에 모녀가 상봉하길 바란다는 어머니의 말에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귀녀가라에는 고이 기른 딸을 좋은 사위를 골라 시집보내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축복하는 가사가 담겨있습니다. 일반적인 계녀가류 가사에 애석한 심정이 담기는 것과는 반대로 딸의 미래를 축원하는 기쁨이 적혀있습니다.
『딸 경계하는 노래』 필사본 사진이다. 책이 펼쳐져 있으며 양쪽 페이지에 가사가 한글로 빽빽하게 적혀있다.

딸 경계하는 노래 필사본, 1919,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세 살을 겨우넘겨 네다섯살 넘어가니
꽤큰두발 크는모양 부모마음 태우는 구나
홍역천연두 치를때면 넋과혼이 다빠지고
귀한 딸 나가신다

청량한 울음소리 온 동네를 울리는 듯
두 눈을 번쩍뜨니 환하게 비추는 듯
어와 이아기야 복덩어리 되오리라
『귀녀가라』 필사본 사진이다. 왼쪽에는 귀녀가라 표지가 있고, 오른쪽에는 귀녀가라 가사가 적힌 종이가 있다.

귀녀가라 필사본, 1874,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귀한 딸 나가신다

청량한 울음소리 온 동네를 울리는 듯
두 눈을 번쩍뜨니 환하게 비추는 듯
어와 이아기야 복덩어리 되오리라

남성들의 조롱을 되받아치는 노래

『록하가장잡록』이 펼쳐져 있다. 빛바랜 페이지에 한글로 내방가사가 적혀있다.

록하가장잡록(鹿河家藏雜錄), 1746 이후 추정,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록하가장잡록(鹿河家藏雜錄)은 작자와 창작시기가 밝혀진 내방가사 <반조화전가>, <조화전가>, <상심화전가> 가 필사되어 있는 책입니다. 3편의 내방가사는 봄날의 화전놀이를 중심으로 작은 소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입니다. 남성이 여성들의 화전놀이를 조롱하는 <조화전가>를 짓자, 여성이 그것에 반박하는 <반조화전가>를 지어 반격하는 내용입니다.

「조화전가」에서는 풍류를 모르는 여성들이 산수 유람한다며 여성들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적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화전에 재가 날라 붙은 모습, 남편을 흉보거나 서러운 사연을 털어놓고 울고 웃는 모습 등 여성들의 화전놀이를 상세하게 묘사했습니다. 조롱조의 가사를 여성들에게 보내어 이를 반박하는 「반조화전가」를 탄생시켰습니다.

「반조화전가」는 여성들의 화전놀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남성들을 향해 글공부나 똑바로 하라고 쓴 답가입니다. 여성들의 화전놀이가 얼마나 우아하고 고상했는지를 시적으로 묘사하여 남성 못지않은 여성들의 문예 능력을 보여줍니다.
아아 이상하다 여인국이 여기인가
세상타락 끝이없어 음양이치
뒤집었구나
하얀벽과 비단창문 부녀자가
지킬것이요


- 「조화전가」 중
아는가 모르는가 이보이소 남자들아
봄날좋은 시절에 여자조롱 뿐이구나
너무들 조롱마오 남자수치 또있으니
앞에는 사서삼경 곁에는 제자백가
위인이며 학문이며 다모아 벌여뒀거늘
보고읽고 못행하니 단청구경 안할쏘냐

- 「반조화전가」 중
이번 호에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긴 한글 기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내방가사의 꾸밈없는 진솔한 내용을 통해 여성들이 들려주는 삶의 노래를 듣고, 여성들과 소통하고, 그녀들의 삶에 공감해 보는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