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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부터 방탄소년단까지!
노래를 타고 세계로 퍼지는 한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100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밝힌 문화강국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을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부터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념비적인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까지. 이들이 수놓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한글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국위선양 중인 한국 대중문화와 함께 세계인의 마음속에 스며들고 있는 한글을 소개합니다.

한국어 판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아카데미 시상식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 무대 사진이다.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무대 위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 무대에 오른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원을 그리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 무대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 무대 사진이다.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무대 위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 무대에 오른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원을 그리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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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케이팝 장르 노래가 아카데미 주제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공동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은 첫 한국계 연출가가 됐습니다.

이날 시상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단연 케데헌의 축하 무대였습니다. 한국 전통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복을 입은 여성 소리꾼이 무대에 올라 케데헌 오프닝 곡 ‘헌터스 만트라(Hunters Mantra)’의 판소리 대목인 ‘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를 노래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 무대에서 한국어 판소리가 울려 퍼진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북을 연주하는 사물놀이 악사와 갓을 쓴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한국 전통무용을 선보였습니다. 보컬을 맡은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골든(Golden)’을 열창하자, 앞에 앉아 있던 할리우드 배우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열광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 앨범 ‘아리랑’에 한국의 정체성을 녹이다

광화문에 방탄소년단 앨범 로고가 투영되어 있다. 로고는 아리랑의 초성인 ‘ㅇㄹㄹ’을 붉은색으로 형상화하고,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담아 제작되었다.

▲ 광화문에 투영한 방탄소년단 정규 5집 ‘아리랑’ 로고
(출처: 빅히트 뮤직)

광화문에서 선보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BTS THE COMEBACK LIVE|ARIRANG)’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이다.

▲ 광화문에서 선보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BTS THE COMEBACK LIVE|ARIRANG)’ (출처: 빅히트 뮤직)

광화문에 방탄소년단 앨범 로고가 투영되어 있다. 로고는 아리랑의 초성인 ‘ㅇㄹㄹ’을 붉은색으로 형상화하고,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담아 제작되었다.
광화문에서 선보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BTS THE COMEBACK LIVE|ARIRANG)’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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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 한국어가 울려 퍼진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월 21일, 한국의 역사적인 장소인 광화문 광장이 보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2막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을 선보인 것인데요. 이 무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발표하며, 앨범 곳곳에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를 집어넣었습니다. 앨범명인 ‘아리랑’은 수백 년을 이어온 우리 민요의 이름입니다. 그룹의 리더 RM은 “저희 일곱 명이 전부 다 한국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을 상징하는 무언가가 같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리랑이라는 키워드를 불러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재회 등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온 아리랑의 정서가 약 4년간의 공백을 넘어 다시 뭉친 방탄소년단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앨범 로고 역시 아리랑의 초성인 ‘ㅇㄹㄹ’을 붉은색으로 형상화하고,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담아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했습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 후반부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 아리랑 선율과 함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라는 가사가 나와 반가움을 더합니다. 6번 트랙 ‘No.29’에서는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대한민국 국보 제29호로 지정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담아냈습니다. 1분 38초 동안 트랙이 이어지는데, 이는 종소리 잔향이 사라지는 시간에 맞춰 구성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에일리언스(Aliens)’에서는 ‘신발은 벗어놔’, ‘뭐든 더 빠르게’‘박수쳐, 흔들어, 중모리’ 같은 노랫말로 한국의 고유한 생활방식과 추임새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구 선생님을 언급하며,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상황을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우리말 가사와 한국 전통 선율과 문화유산 등을 앨범에 담아내며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에 푹 빠져든 세계인, 한국어 학습 열풍으로 이어지다

방탄소년단 ‘Body to Body’ 속 아리랑 가사의 발음과 뜻을 알려주는 영상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가사가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적혀있다.

▲ 방탄소년단 ‘Body to Body’ 속 아리랑 가사의
발음과 뜻을 알려주는 영상 (출처: 유튜브 Jaeguchi)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의 한국어 가사 발음 가이드 영상이다.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발음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의 한국어 가사 발음 가이드
(출처: 레딧 유저 u/growlingrobot)

방탄소년단 ‘Body to Body’ 속 아리랑 가사의 발음과 뜻을 알려주는 영상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가사가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적혀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의 한국어 가사 발음 가이드 영상이다. ‘영원히 깨질 수 없는’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발음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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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케데헌 등 한국 대중문화의 활약은 단순한 문화적 성과를 넘어, 전 세계에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문화융합연구소가 미국, 필리핀, 인도, 캐나다 등 69개국 출신의 방탄소년단 팬 38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3.4%가 한국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학습 계기로는 ‘케이팝과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70.6%로 가장 높았으며, 학습 목적으로는 ‘한국 콘텐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가 34.6%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노래 가사 속 우리말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국어 공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가사 발음과 뜻을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이 수백 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케데헌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는 주제가 ‘골든’의 한국어 가사를 분석하는 영상도 누리소통망(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올렸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케데헌 등으로 한국 문화에 빠져든 미국인들 사이의 한국어 학습 열풍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에서는 지난해 미국 내 한국어 학습자가 1년 만에 22%를 증가했으며, UC버클리, 아칸소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 관련 강좌를 잇달아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언어학회(ML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대학의 외국어 강좌 등록률이 16%로 감소한 것과 달리, 한국어는 38.3% 급증했습니다.

메릴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밥 허씨는 “학생들이 한국어 입문 수업을 들으러 올 때 이미 기본 회화와 속어를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한국에서 자란 자신보다 학생들이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 최신 한국 문화 경향을 따라잡기 위해 매일 케이팝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케이팝을 통해 세대, 국적을 넘는 소통 사례가 자주 들려오는데요. 작년 에버랜드에서 열린 케데헌 팝업 무대에서는 외국인들이 갓을 쓰고 케이팝 춤을 추며 한국 대중문화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하나 되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 중 한 참가자는 “학생 때부터 한국 문화와 음악에 큰 매력을 느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는데요. 한글과 한국어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와 함께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의 언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활약 속에서 담긴 한글과 한국 문화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며 외국 문화를 이해했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 문화와 가까워진 세계인들이 한글을 배우며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글이 한류열풍과 함께 더 많은 세계인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기대해 봅니다.

<취재: 인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