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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캐내기 사진. 보랏빛 밤하늘을 배경으로 둥근 노란 달이 떠 있고, 구름과 전통 문양들이 흩어져 있다. 화면 중앙에는 전통 귀신 캐릭터 네 명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흰옷을 입은 긴 생머리의 여성 귀신, 커다란 방망이를 든 초록 피부의 도깨비,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남자 귀신,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모습의 구미호가 차례로 서 있다.
우리말 캐내기
무더위를 날려줄 오싹한 이야기
우리말 이름을 가진 귀신을 소개합니다!
우리말 캐내기

무더위를 날려줄 오싹한 이야기
우리말 이름을 가진 귀신을 소개합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혀줄 서늘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귀신에 얽힌
오싹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드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우리말 이름을 지닌 귀신을 살펴보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중앙에 검푸른 회색 피부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두억시니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두억시니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두억시니’는 모질고 사나운 귀신으로, 조선시대 야담집 『천예록』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느 양반집 잔칫날, 정체불명의 아이가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사람들이 끌어내리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존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이들은 살려달라 빌었지만, 결국 아이를 건드린 사람들은 저주로 죽었다고 합니다.

중앙에 이삿짐을 트럭에 싣고 이사를 떠나는 사람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손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우리는 집안의 큰 행사가 있을 때 ‘손 없는 날’을 찾곤 합니다. 여기서 ‘손’은 날짜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여 따라다니면서 사람의 일을 방해한다는 귀신입니다. 손 없는 날은 음력 날짜로 끝자리에 9와 0이 들어가는 날이며, 이날은 손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에 보라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눈을 감고 피곤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있으며, 머리 양옆에는 빙글빙글 도는 선이 그려져 피로하거나 몸이 아픈 상태임을 나타낸다. 여성의 뒤에는 검고 무서운 형상의 귀신이 커다란 손톱을 드러낸 채 뒤에서 위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단에는 저퀴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저퀴’는 사람을 몹시 앓게 한다는 귀신입니다. ‘저퀴(가) 들다’라는 관용구는 ‘귀신에 씌어 몹시 앓게 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씌워서 몹시 앓게 하는 또 다른 우리말 귀신으로는 광대가 죽어서 된 귀신 ‘청계’가 있습니다.

중앙의 왼쪽에는 흰옷을 입고 검은 긴 머리로 얼굴이 가려진 귀신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이는 전통 귀신 ‘손말명’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며,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는 유령처럼 표현되었다. 가운데와 오른쪽 인물은 각각 전통 혼례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이다. 신부는 연두와 주황색이 섞인 한복을, 신랑은 감색 도포를 입고 있다. 이들은 웃는 표정이며 평온하게 서 있다. 하단에는 손말명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손말명’은 혼기가 찬 처녀가 죽어서 된 귀신입니다. 처녀가 시집을 가지 못하고 죽은 것이 한이 되어 주로 자기 또래의 혼기 찬 처녀를 괴롭히는 악귀로, ‘손각시’라고도 불립니다. 반면 총각이 죽어서 된 귀신은 ‘몽달귀’, ‘도령신’이라고 합니다.

전통 초가집 마당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마당에는 한 여인이 제기를 들고 절을 올리고 있으며, 그녀 앞쪽에는 제물로 보이는 돼지머리와 붉은 음식이 상 위에 놓여있다. 하단에는 ‘성주, 부뚜막신, 노일저대’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못된 귀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을 지키며 집안의 운수를 좌우하는 신도 있습니다. 가정에서 모시는 신으로, 집의 건물을 수호하는 ‘성주’, 늘 부엌에 있으면서 모든 길흉을 판단하는 ‘부뚜막신’, 뒷간을 맡아 지킨다는 여신 ‘노일저대’ 등도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말 이름을 지닌 한국의 전통 귀신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올여름에는 한국 전통문화 속 여러 귀신 이야기를 찾아보며,
무더위를 시원하게 이겨내 보는 건 어떨까요?
귀신에 얽힌 이야기를 들여다볼수록, 우리 조상들이 마주했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애환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