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글꼴 이야기
글꼴에 기업의 철학을 담다
기업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글꼴 이야기
오늘날 많은 기업에서 자사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은
한글 글꼴을 개발하고, 이를 대중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 한글 글꼴을 통해
우리는 새삼스레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이 개발한
한글 글꼴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3년째, 남다른 한글 글꼴을 선보이고 있는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은 한글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2012년부터 매년 한글날에 맞춰 기업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정체성을 반영한 글꼴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옛날 길거리 간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한나체’, ‘주아체’를 시작으로 아크릴판에 시트지를 잘라 만든 길거리 글자 ‘도현체’, 가판대의 붓글씨 ‘연성체’ 등 거리의 글자들을 글꼴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또한, 을지로 공구거리 간판에 붓글씨로 표현된 글자들을 재해석하는 ‘을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을지로체’, ‘을지로10년후체’, ‘을지로오래오래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글림체’의 경우 한글과 그림을 합쳐 만든 글꼴로 배달의민족만의 재치가 돋보이는 글꼴입니다. 이 글꼴은 배달의민족 마스코트인 ‘배달이친구들’이 몸으로 한글을 표현한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자음과 모음 그림 파일을 내려받아 원하는 방식대로 조합해 글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글 글꼴에 젊은 세대의 감각을 더하다 ‘KT’
KT는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감각과 유행을 반영한 글꼴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의 ‘Y너만을비춤체’, 2021년의 ‘Y이드스트릿체’, 2022년의 ‘Y유니버스체’, 2023년의 ‘Y콤퓨타체’와 ‘Y클로버체’를 이어 2024년에는 KT 공식 대학생 서포터즈인 ‘Y퓨처리스트’와 협업하여 ‘Y최애체’를 개발했습니다. ‘Y최애체’는 Z세대를 대표하는 열성팬 문화에 집중한 글꼴로, 팬 문화를 상징하는 하트와 풍선을 중심으로 한 부드러운 곡선과 반사되는 느낌이 특징입니다.
인기 제품 속 개성을 담은 한글 글꼴 ‘빙그레’
10월 9일 한글날이 창립기념일인 빙그레는 순우리말 기업명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빙그레는 한글이 다른 글자에 비해 글꼴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에 착안해 2015년부터 한글 글꼴을 직접 개발, 보급해 왔습니다. 처음 자사의 바나나맛 우유 로고에서 착안하여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따라 디자인한 ‘빙그레체Ⅰ’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또 다른 자사 인기 제품의 로고에서 착안하여 ‘빙그레체Ⅱ’, ‘따옴체’, ‘메로나체’, ‘싸만코체’ 등 친근하고 개성 넘치는 글꼴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훈민정음 서문의 옛한글 31자를 추가로 개발하여 한글 11,172자와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한글의 멋을 살리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기업 정체성을 담은 ‘아리따 글꼴’을 통해 아름다움을 누리는 문화를 만들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아리따 돋움’은 기존의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돋움체에서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새로운 느낌을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리따 부리’는 현대 여성의 단아하고 지적인 멋스러움을 담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머리카락같이 가는 헤어라인 글꼴을 선보여 글꼴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를 열어 글꼴 제작 과정과 문화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한글 자석 꾸미기’, ‘아리따 글꼴 따라 쓰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마련하여 한글 글꼴을 대중에게 한층 더 친근하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글꼴에 기업과 지역의 역사성을 녹여내다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기존의 노후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더잠실체’를 개발했습니다. ‘더잠실체’는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젊고 변화된 이미지와 롯데의 터전인 ‘잠실’의 역사성을 모두 녹여낸 것이 특징입니다. 잠실[蠶室]은 ‘누에를 치는 방’이라는 뜻으로, 과거에는 나라의 양잠을 장려하던 곳이었습니다. 이에 영감을 받아 누에가 뽕잎을 먹기 위해 머리를 드는 모습부터, 누에고치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모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글꼴에 담아냈습니다. 롯데마트는 국문, 영문 외에도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어로 개발하여 해외에서도 한글의 아름다움과 잠실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각자의 고유한 철학과 정체성을 담아 다양한 한글 글꼴을 개발하며, 한글문화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완성도 높은 한글 글꼴이 꾸준히 제작·배포되어 더 많은 이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길 기대합니다.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