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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과 거북선으로 제빵의 정상에 서다, 최용환 셰프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제빵 월드컵 ‘2026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빵의 정체는 바로 높이 1.4m의 거대한 거북선 빵이었습니다. 빵의 돛에는 자랑스러운 훈민정음과 옛 한글로 ‘충무공’이 크게 새겨져 있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거북선 빵을 직접 기획·제작한 최용환 셰프님을 만나, 한글을 활용한 거북선 빵의 기획 과정과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국의 위대한 발명품’
훈민정음과 거북선으로
제빵의 정상에 서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남에서 13년째 ‘하남빵집’을 운영하는 최용환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빵 대회 ‘2026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이하 세계 제빵 월드컵)’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참가했습니다. 이 대회는 1992년 프랑스 MOF 크리스티앙 바브레가 창설한 베이커리 대회인데요. 2년마다 ‘시라 베이크앤 스낵(Sirha Bake&Snack)’ 박람회 기간 중 개최되며, 각국 국가대표팀이 참가해 제과·제빵 기술, 창의성, 팀 운영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저는 공예 부분을 맡아 거북선 빵을 직접 기획·제작했습니다.

세계 제빵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 세계 제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제빵 국가대표팀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출전 선수들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분들이었는데요. 곁에서 지켜본 그들의 활약이 제게는 대한민국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왔고, 저 또한 같은 자리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한제과협회가 주최한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 내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세계 제빵 월드컵 ‘2026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에서 우승한 한국 국가대표팀 사진이다. 네 명의 한국 국가대표팀 제빵사들은 흰색 셰프 복장과 조리사 모자를 착용한 채 나란히 서 있으며, 손에는 상패와 트로피를 들고 있다. 그 옆에는 외국인 심사 위원이 함께 서 있다.

▲ 세계 제빵 월드컵 ‘2026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에서 우승한 한국 국가대표팀

거북선 빵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자국의 위대한 발명품’이었습니다. 주제를 보자마자 바로 ‘거북선’과 ‘훈민정음’이 떠올랐습니다. 거북선은 공예 작품으로 구현했을 때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훈민정음은 우리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작품은 호밀 가루에 시럽을 더해 만든 반죽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코코아 가루와 전분 등을 섞어 색을 입힌 반죽을 밀고, 그것을 거북선 형태의 틀 위에 덮어 구워냈습니다. 거북선의 각 부분은 개별적으로 제작한 뒤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는데요. 이때 설탕을 끓여 만든 시럽을 접착제처럼 활용했습니다. 거북선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시각 자료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 중엔 거북선 모형의 장난감도 있었는데요. 사진만으로는 완벽히 알 수 없었던 거북선의 비율이나 입체감을 장난감으로 연구하며 실제에 가까운 외관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거북선 빵을 만들고 있는 최용환 셰프 사진이다. 작업대 위에 놓인 거북선 빵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거북선 빵의 돛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돛에는 ‘충무공’과 ‘훈민정음’이 적혀있다.

▲ 거북선 빵을 만들고 있는 최용환 셰프
(출처 :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 페이스북)

거북선 빵을 만들고 있는 최용환 셰프 사진이다. 작업대 위에 놓인 거북선 빵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거북선 빵의 돛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돛에는 ‘충무공’과 ‘훈민정음’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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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 바탕에 훈민정음과 옛 한글로 ‘충무공’ 글씨를 새겨넣으셨습니다. 훈민정음을 돛에 새기게 된 배경과, 이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개발 초기에는 돛에 이순신 장군의 형상을 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시선이 분산된다는 판단이 들었고, ‘자국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주제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돛에 훈민정음과 한글로 ‘충무공’을 새겼고, 거북선을 받치는 빵에도 훈민정음을 더해 작품 전반에 한글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전통 복주머니 빵에도 한글로 ‘복’이라는 글자를 새겨 한국적 정서를 담았습니다.

거북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품이고, 훈민정음은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한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훈민정음을 새겨 우리 문자에 대한 자부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는 거북선 빵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전통 복주머니 모양의 빵 중앙에 크게 ‘복’이라고 적혀있다.

▲ 훈민정음을 새긴 거북선 빵과 전통 복주머니 빵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는 거북선 빵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전통 복주머니 모양의 빵 중앙에 크게 ‘복’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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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위에 새겨진 한글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

빵에 훈민정음을 새긴 과정이 궁금합니다.

빵에 새겨진 훈민정음은 인터넷에 공개된 훈민정음 언해본을 참고해 제작했습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께서 백성이 글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창제한 문자입니다. 훈민정음 언해본은 이러한 한글의 창제 목적과 사용법이 함께 담겨 있는 문헌이라는 점에서, 한글의 정신과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했습니다.

빵에 새기기 위해 훈민정음 언해본을 출력한 뒤, 필름 위에 글자를 하나하나 옮겨 그리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업입니다. 거북선과 함께 훈민정음을 작품에 표현한 점에 대해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져 더욱 보람을 느꼈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사진이다.

훈민정음 언해본, 서강대학교 소장

『훈민정음 언해본』이 새겨진 거북선 빵의 돛 사진이다.

훈민정음 언해본이 새겨진 거북선 빵의 돛

『훈민정음 언해본』 사진이다.
『훈민정음 언해본』이 새겨진 거북선 빵의 돛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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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언해본) 설명 바로가기

쌍화탕, 흑임자, 가루 쌀 등 한국적 재료를 활용하였는데, 재료 선정 시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전부터 많은 선배들이 쑥이나 찹쌀 등 다양한 한국적 재료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기존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재료를 찾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다만 단순히 ‘한국적인 재료’라는 점만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서양의 빵과 조화를 이루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약 6개월의 합숙 기간 동안 매일 빵을 만들고 시식하며, 재료 종류와 배합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사용하는 제품이나 첨가량 등을 달리해 보면서 빵의 풍미와 식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지점을 찾고자 했고, 이러한 반복적인 연구를 통해 최적의 배합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셰프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글은 우리가 모두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발명품이라는 주제에 맞춰 거북선을 중심으로 구현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제가 존경하는 ‘세종대왕’ 등 역사적 인물이나 문화유산에 영감받아, 한글을 조형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최용환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