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일러 라쉬, 니디 아그르왈 한글과자 공동대표
타일러 라쉬, 니디 아그르왈 한글과자 공동대표
2023년 10월 9일 한글날, 24개 한글 자모를 본떠 만든
‘한글과자’가 출시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과자를 만든 이는 유명 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니디 아그르왈이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 외국인’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오랜 시간 한국과 한국어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두 분을 만나,
한글과자를 만들게 된 배경과 한글의 매력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한글, 바삭한 과자로 다시 태어나다
먹고, 나누고, 놀며 한글 즐기기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한글과자’ 공동대표 타일러 라쉬와 니디 아그르왈입니다. 저희는 한국과 한국어의 매력에 이끌려 1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며, 각자 방송, 사업, 강연,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함께 개발한 ‘한글과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본떠 만든 특별한 과자입니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어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타일러 라쉬
▲ 니디 아그르왈

‘한글과자’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글과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에는 알파벳 모양의 과자가 있고, 독일이나 태국, 심지어 아랍어나 히브리어 모양의 과자까지 존재하는데 ‘왜 한글 모양 과자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예쁘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은 많지만, 정작 과자가 없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문자일 뿐 아니라, 글자를 가지고 놀고, 메시지를 만들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을 친숙한 과자의 형태로 구현하면, 한국인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외국인에게는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렇게 ‘한글을 먹고, 가지고 놀고, 나누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한글과자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한글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한글과자

‘한글과자’를 만드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글과자를 처음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과자를 단순한 먹거리에서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달콤하거나 바삭한 과자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만의 고유한 문자와 전통적인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선 한글의 독창적인 글자 모양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쳤습니다.
단순히 모양만 따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사랑해’, ‘고마워’, ‘수고했어’와 같은 표현을 만들어내며 소통할 수 있게 글자 구성을 세밀히 분석하여 과자틀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글과자가 단순히 먹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가 되도록 했습니다.
맛과 재료에도 한국적인 정체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단군 신화 속 곰과 호랑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쑥과 마늘, 그리고 국내산 쌀가루를 주요 재료로 선택해 한국 고유의 풍미를 살렸습니다.
또한, 오늘날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을 제품 철학에 반영했습니다.
100%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비건 인증을 준비했고, FSC 인증 포장재를 도입해 환경적 책임을 실천했습니다.

‘한글과자’ 출시 후 기억에 남는 소비자의 반응이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한글과자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계십니다.
한 고객님은 남편이 출근 전에 한글과자로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만들어두고 나가 감동했다는 사연을 전해주셨습니다.
또, 아이가 잠든 후 남편과 술안주로 과자를 먹게 됐는데, 평소 표현에 서툰 무뚝뚝한 남편이 과자를 통해 예쁜 말을 많이 해줘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셨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부부 사이에서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 한글과자를 활용해 주시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희도 무척 기쁩니다.
이런 사연을 접할 때면 ‘한글과자가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는 ‘북키즈콘’이라는 박람회를 진행하며, 새롭게 출시될 카드 게임을 가지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낯을 가려 인사조차 잘 하지 않던 아이가 게임을 함께하며 손뼉을 맞장구쳐주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에게 한글은
삶과 문화를 연결해 주는 다리

두 분께서 한글과 한국어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인상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상은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낯선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일 만큼 선과 모양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어떤 글자일까?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글과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세련되어 보이는데, 막상 써 보려 하면 획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어렵게 느껴지거나, 발음을 제대로 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의’ 발음이라던가 ‘읽는다’와 같이 받침이 있지만 실제 발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단어들이 특히 더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한글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자를 계속 써 보고 싶고,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도전 정신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글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글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왜 이렇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훈민정음 창제와 단군 신화,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이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역사와 철학이 담긴 문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글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졌습니다.

다른 문자와 차별화되는 한글만의 고유한 매력이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조합이 자유로운 구조 덕분에, 다른 문자와 달리 놀이·교육·표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독창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드문 ‘소통 가능한 문자’로 볼 수 있는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재미있는 방식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에게 유용할 학습 방법이나 비결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 사람마다 잘 맞는 공부법은 다 다르겠지만, 일단 무슨 말이든 해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언어는 무조건 많이 쓸수록 내 것이 되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도 최대한 한국어로 생각하고, 그걸 또 혼잣말로 계속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 많은 분이 언어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시지만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단어를 봤을 때 ‘이게 무슨 뜻일까? 언제, 어떻게 쓰일까?’와 같은 고민을 수없이 반복해야지만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에 익숙해지기까지의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겪어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께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에게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삶과 문화를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와 한글을 배우고 살아가면서, 한글은 저희가 한국 사회 속에서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큰 열쇠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한글은 저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죠.
그래서 한글과자를 만들 때도 ‘한글을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고민했습니다.
한글은 배우는 기쁨, 표현하는 즐거움, 그리고 함께 나누는 따뜻함을 모두 담고 있는 언어이기에, 과자를 통해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희에게 한글은 곧 소통·성장·연결의 상징이며, 한글과자는 그 상징을 맛있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문화적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