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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남과 북!
비슷하면서도 다른 남북 언어 살펴보기

한반도가 분단된 지 81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생활양식부터 가치관, 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요. 특히 언어의 경우에는 같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각자의 길을 걸으며 남과 북이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남북이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말들을 살펴보며, 분단이 우리 언어에 남긴 흔적과 의미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같은 대상, 다른 말

북한에서 생산된 음료수 ‘복숭아 탄산단물’과 ‘딸기 탄산단물’ 제품 사진이다. 캔에 각각 복숭아와 딸기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 있으며, ‘탄산단물’ 제품명이 강조되어 있다.

▲ 북한산 ‘복숭아 탄산단물’과 ‘딸기 탄산단물’ (출처: 동아일보)

북한 음료수 ‘강냉이향 탄산단물’ 제품 사진이다. 중앙에는 옥수수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 있으며, ‘강냉이향 탄산단물’이라는 제품명이 적혀있다.

▲ 북한산 음료수 ‘강냉이향 탄산단물’ (출처: 데일리NK)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를 살펴보면 표준어와 문화어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성격유형검사 ‘MBTI’가 유행하기 이전,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맞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재미 삼아 혈액형 별로 사람의 성격유형을 분류하곤 했는데, 북한에도 이와 비슷한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북에서는 혈액형‘피형’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피형별 성격설’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밖에 ‘채혈’‘피뽑기’, ‘출혈’‘피나기’ 등 북한에서는 한자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에서 생산된 음료수 ‘복숭아 탄산단물’과 ‘딸기 탄산단물’ 제품 사진이다. 캔에 각각 복숭아와 딸기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 있으며, ‘탄산단물’ 제품명이 강조되어 있다.

▲ 북한산 ‘복숭아 탄산단물’과 ‘딸기 탄산단물’ (출처: 동아일보)

날이 점점 더워질수록 시원한 ‘청량음료’가 절로 생각납니다. 남한에서 청량음료란 사이다와 콜라처럼, 이산화 탄소가 들어 있어 맛이 산뜻하고 시원한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맥주도 청량음료에 포함 된다고 하는데요. 북에서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음료만 술이라 하고, 맥주처럼 도수가 낮은 음료는 청량음료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편, 남에서 흔히 쓰이는 ‘탄산음료’는 북에서 ‘탄산단물’, ‘주스’‘과일단물’ 또는 ‘과실단물’이라고 부릅니다.
북한 음료수 ‘강냉이향 탄산단물’ 제품 사진이다. 중앙에는 옥수수 그림이 크게 인쇄되어 있으며, ‘강냉이향 탄산단물’이라는 제품명이 적혀있다.

▲ 북한산 ‘복숭아 탄산단물’과 ‘딸기 탄산단물’ (출처: 동아일보)

음료뿐 아니라 음식 이름에서도 남북의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여름 제철 먹거리인 ‘옥수수’를 북한에서는 ‘강냉이’라고 부릅니다. 남한에서 강냉이가 옥수수의 열매를 가리키는 말인 것과는 사뭇 다른데요. 이외에도 ‘상추’를 북한에서는 ‘부루’, ‘피망’‘사자고추’, ‘양배추’‘가두배추’라 부르는 등 같은 식재료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말, 다른 의미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무대를 촬영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반대로 형태는 같지만, 의미나 용법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남에서 ‘늙은이’는 나이가 많아 중년이 지난 사람을 가리키며, 노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쓰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오히려 노인을 높여 부르는 존칭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남한에서는 남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로 ‘어르신’을 쓰곤 하는데, 북한의 국어사전에는 어르신이 아닌 ‘어르신네’‘어른네’가 올라와 있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바쁘다’라는 말도 남북에서 다르게 쓰이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인하여 딴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북한에서는 여기에 더해 ‘힘에 부치거나 참기 어렵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결심하기 바쁜 일’이라고 하면, 남한에서는 급하게 마음을 정해야 하는 일로 이해되지만, 북한에서는 ‘결심하기 어려운 일’, 즉 마음먹기 힘든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무대를 촬영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또한, 남한에서 ‘배우’는 연극이나 영화 따위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여 연기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북한에서는 예술 분야 전반의 공연자를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사용됩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성악 배우’, 서커스를 하는 사람은 ‘교예 배우’ 등으로 부르는 식인데요. 그중에서도 영화, 음악, 무용, 연극 분야에서 특별한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인민배우’라는 국가 칭호가 수여됩니다. 인민배우는 단순한 직함이 아니라 국가적 공로를 인정받은 예술인에게 부여되는 칭호로, 예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남과 북의 언어를 살펴봤습니다. 같은 한글을 쓰고 같은 말을 하지만, 분단이라는 아픔 속에서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남북의 언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멀어진 거리를 좁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북한말을 살펴보며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우리 언어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취재: 인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