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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성지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어 공식 초청 언어 선정

매년 7월이 다가오면,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아비뇽이 떠들썩해집니다. 세계 3대 공연예술축제이자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인데요. 올해로 80회를 맞이한 아비뇽 페스티벌이 특별한 이유는 2023년부터 특정 언어권의 예술을 조명하기 위해 시작한 ‘초청 언어’에 한국어가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로 펼쳐지는 작품들은 관객들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전하게 될까요? 이번 호에서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한국어 초청 언어 선정 소식과 올해 무대에 오르는 9개 한국 초청작을 소개해 드립니다.

한국어,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서다

파란 하늘 배경에 검은 물음표가 그려진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홍보물이다.
노란색 배경에 ‘올해, 초청언어는 한국어입니다’라는 한글 문구와 프랑스어 안내 문구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북이다.

▲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홍보물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festivaldavignon)

파란 하늘 배경에 검은 물음표가 그려진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홍보물이다.
노란색 배경에 ‘올해, 초청언어는 한국어입니다’라는 한글 문구와 프랑스어 안내 문구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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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0회를 맞이한 아비뇽 페스티벌은 7월 4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됩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연출가이자 배우였던 장 빌라르에 의해 시작된 유럽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연예술 축제입니다. 축제가 진행되는 약 3주간은 아비뇽 시내 전체가 하나의 큰 무대가 되어 길거리 퍼포먼스, 연극,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데요.

특히 올해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가 아시아 언어권에서 최초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되었습니다. 2023년 영어, 2024년 스페인어, 2025년 아랍어에 이어 한국어는 네 번째로 초청되는 언어이며, 단일 국가 언어가 초청 언어로 선정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아비뇽 페스티벌 티아고 호드리게스 예술감독은 “한국어는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매우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라고 말하며, 한국어를 초청언어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어에는 깊은 역사성과 동시에 매우 역동적인 동시대 창작의 흐름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잇달아 주목받는 지금, 이번 결정은 한국어가 현재 주목받는 언어를 넘어 하나의 문화와 예술을 담아내는 세계의 언어로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비뇽 페스티벌을 채울 한국 공연 9편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 프로그램에는 한국 공연 9편이 선정됐습니다. 1998년 ‘아시아의 열망(Desir d'Asie)’ 이후 약 28년 만에 한국 공연예술이 유럽 중심에 서게 된 것인데요. 이번 축제는 전체 공연 프로그램 중 약 20%를 한국어 관련 작품으로 구성하여, 동시대 한국 예술의 풍경을 세계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품명 물질. 단체명 코끼리들이 웃는다. 예술가 이진엽. 작품 설명 해녀의 삶을 소재로 수조 속의 퍼포먼스를 통해 삶과 죽음, 경계의 감각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관객 참여형 공연. 작품명 섬 이야기. 단체명 크리에이티브 바키. 예술가 이경성. 작품 설명 제주 4.3 사건의 기억과 목소리를 기록하며 국가 폭력의 역사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성찰. 작품명 1도씨 . 단체명 허 프로젝트, 예술가 허성임. 작품 설명 지구 온도 상승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음악과 조명, 그리고 무용수의 강렬한 움직임을 통해 지구가 직면한 경고를 역동적으로 그림. 작품명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단체명 리퀴드 사운드. 예술가 이인보. 작품 설명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의 결합을 통해 길놀이를 재해석하고, 반복·여백·느림의 미학으로 현대적 연희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공연. 작품명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단체명 구자하, 캄포. 예술가 구자하. 작품 설명 일상적 매개체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고독한 단면과 서구화 과정에서의 정체성, 이주민의 디아스포라적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날카롭게 성찰. 작품명 작별하지 않는다 – 새. 단체명 아비뇽 축제 공동제작. 예술가 한강. 작품 설명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2장 ‘새’의 낭독으로, 아비뇽 축제 제작 초연 공연. 작품명 눈, 눈, 눈. 단체명 이자람. 예술가 이자람. 작품 설명 소리꾼 이자람의 독보적인 예술성으로 톨스토이 단편 문학의 정서를 판소리의 서사와 울림으로 재해석함.

▲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어 특집 공연 9편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장소 교황청 명예극장에서는 노벨상 수상작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이 펼쳐집니다. 프랑스의 세계적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서 소설의 첫 번째 장 ‘새’를 낭독합니다. 두 배우는 서로 다른 언어로 소설을 낭독하며, 한강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연약함, 삶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을 깊이 있게 드러낼 예정 입니다.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이번 축제에 오르게 됩니다. 한강 작가의 시적인 문장이 아비뇽 도시에 크게 울려 퍼지는 순간은, 한국어가 세계 문학의 언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입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 한강 작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낭독 공연이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극장’. 웅장한 중세 석조 거물로 둘러싸인 야외공연장이다.

▲ 한강 작가의 낭독 공연이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극장’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한강 작가의 낭독 공연이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극장’. 웅장한 중세 석조 거물로 둘러싸인 야외공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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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섬 이야기>, 기후 위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1도씨>,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가 함께 무대에 오르며,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구자하 작가의 작품 세 편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와 톨스토이 단편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이자람의 <눈, 눈, 눈>도 함께 공연됩니다.
작품 ‘물질’의 장면으로, 어두운 무대 위 투명한 수조 안에서 배우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물질>, 코끼리들이 웃는다

작품 ‘섬 이야기’의 장면으로, 무대 위에서 한 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섬 이야기>, 크리에이티브 바키

작품 ‘1도씨’의 장면으로, 한 무용수가 어두운 무대 위에서 강렬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

▲ <1도씨>, 허 프로젝트

작품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의 장면으로, 야외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둘러싼 가운데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이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리퀴드 사운드

작품 ‘하리보 김치’의 장면으로, 어두운 무대 중앙에 포장마차 형태의 구조물이 놓여 있다.

▲ <하리보 김치>, 구자하 / 캄포

작품 ‘눈, 눈, 눈’의 장면으로, 이자람 판소리꾼이 검은색 옷을 입고 판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 <눈, 눈, 눈>, 이자람

작품 ‘물질’의 장면으로, 어두운 무대 위 투명한 수조 안에서 배우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작품 ‘섬 이야기’의 장면으로, 무대 위에서 한 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작품 ‘1도씨’의 장면으로, 한 무용수가 어두운 무대 위에서 강렬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의 장면으로, 야외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둘러싼 가운데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이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하리보 김치’의 장면으로, 어두운 무대 중앙에 포장마차 형태의 구조물이 놓여 있다.
작품 ‘눈, 눈, 눈’의 장면으로, 이자람 판소리꾼이 검은색 옷을 입고 판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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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밖에서도 한국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봉준호, 홍상수, 정이삭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상영되며, 무용·연극·영상·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아온 정금형 작가의 첫 프랑스 개인전도 열립니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생루이 회랑 야외에 300여 권의 도서를 전시하는 한국문학 도서전을 운영하고, 포장마차 형식의 한식 부스와 한국 거리 음식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여 축제 기간 내내 아비뇽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어가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된 소식과 무대에 오르는 9편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한국 예술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쓰인 이야기들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예술 축제를 채운다는 것 자체가 한국어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줍니다.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을 계기로, 한국어를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이 더 많은 세계 곳곳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취재: 인포아트 / 사진 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