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 프로그램에는 한국 공연 9편이 선정됐습니다. 1998년 ‘아시아의 열망(Desir d'Asie)’ 이후 약 28년 만에 한국 공연예술이 유럽 중심에 서게 된 것인데요. 이번 축제는 전체 공연 프로그램 중 약 20%를 한국어 관련 작품으로 구성하여, 동시대 한국 예술의 풍경을 세계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어 특집 공연 9편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장소 교황청 명예극장에서는 노벨상 수상작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이 펼쳐집니다. 프랑스의 세계적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서 소설의 첫 번째 장 ‘새’를 낭독합니다. 두 배우는 서로 다른 언어로 소설을 낭독하며, 한강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연약함, 삶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을 깊이 있게 드러낼 예정 입니다.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이번 축제에 오르게 됩니다. 한강 작가의 시적인 문장이 아비뇽 도시에 크게 울려 퍼지는 순간은, 한국어가 세계 문학의 언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입니다.
▲ 한강 작가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작가의 낭독 공연이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 ‘교황청 극장’
또한,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섬 이야기>, 기후 위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1도씨>,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가 함께 무대에 오르며,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구자하 작가의 작품 세 편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와 톨스토이 단편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이자람의 <눈, 눈, 눈>도 함께 공연됩니다.
▲ <물질>, 코끼리들이 웃는다
▲ <섬 이야기>, 크리에이티브 바키
▲ <1도씨>, 허 프로젝트
▲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리퀴드 사운드
▲ <하리보 김치>, 구자하 / 캄포
▲ <눈, 눈, 눈>, 이자람
공연 밖에서도
한국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봉준호, 홍상수, 정이삭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상영되며, 무용·연극·영상·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아온 정금형 작가의 첫 프랑스 개인전도 열립니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생루이 회랑 야외에 300여 권의 도서를 전시하는 한국문학 도서전을 운영하고, 포장마차 형식의 한식 부스와 한국 거리 음식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여 축제 기간 내내 아비뇽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어가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된 소식과 무대에 오르는 9편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한국 예술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쓰인 이야기들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예술 축제를 채운다는 것 자체가 한국어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줍니다.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을 계기로, 한국어를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이 더 많은 세계 곳곳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취재: 인포아트 / 사진 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