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 많습니다. 그 말들의 어원을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각, 시대의 분위기가 담겨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지금의 유행어가 오늘의 사회상을 비추듯, 조선시대에도 그 시대를 담아낸 말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익숙한 말속에 담긴 조선시대 말의 유래와 오늘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조선시대 사회상을 담은 말
조선시대 생활양식과 문화를 담은 말
‘살판나다’라는 말은 재물이나 좋은 일이 생겨 생활이 좋아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의 시작은 조선 후기 남사당패 공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사당패는 장터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춤과 노래, 곡예를 선보였던 유랑 예인 집단입니다. 남사당패의 여섯 가지 놀이 중에는 '살판'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광대가 땅에서 부리는 재주인 살판에서는 앞구르기, 뒤구르기, 공중제비 등의 묘기가 펼쳐졌습니다. 이때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말에서 살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광대의 역동적이고 신명 나는 재주로 인해 살판 공연은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에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살판나다’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철 생선 이름으로 유명한 ‘도루묵’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선조가 ‘묵’이라는 생선을 맛보고 크게 만족해 ‘은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나 뒤 다시 맛보니 예전 같지 않자 도로 “묵이라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에서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 있습니다. 애써 한 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때 ‘도루묵이 됐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 설화에서 비롯됐습니다.
바치는 물건을 물리치는 일을 가리키는 ‘퇴짜’도 조선시대 상거래 관행과 연결됩니다. 당시 상인들이 궁궐이나 관아에 물품을 납품할 때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관리가 물건에 ‘퇴(退)’자를 찍어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여기서 퇴짜라는 말이 생겼고, 지금은 제기하는 의견 따위가 거절당하는 상황에 ‘퇴짜 맞다’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