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과 짜장면, 먹거리와 먹을거리. 각각 어느 쪽이 표준어인지 헷갈린 적 있으실 텐데요. 사실 두 표현 모두 표준어입니다. 과거에 ‘짜장면’과 ‘먹거리’는 표준어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이 널리 사용하면서 표준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두루 쓰일 때, 규범에 맞는 것을 모두 인정하는 것을 ‘복수 표준어’라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헷갈리기 쉬운 복수 표준어를 소개해 드립니다.
방언에서 표준어가 된 말
한때는 사투리로 여겨졌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표준어로 인정받은 말이 있습니다.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뜻하는 마실은 원래 ‘마을’의 사투리였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표현을 사용할 때 ‘마을’이나 ‘마을을 가다’라는 말을 사용했는데요. 마실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널리 쓰이며 자리를 잡았고, 현재는 마을과 함께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았습니다(2015년 12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속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구절,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여기 쓰인 잎새는 한때 ‘잎사귀’의 방언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낱낱의 잎(주로 넓적한)’을 가리키는 표준어는 잎사귀였고, 잎새는 오랫동안 표준어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문학 작품 속에서 잎새가 꾸준히 쓰였고, 잎사귀와는 다른 쓰임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잎새 역시 나무의 잎사귀. 주로 문학적 표현에 쓰인다는 뜻의 표준어가 되었습니다(2015년 12월). 앞으로 문장에 조금 더 시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땐 잎새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언중의 사용을 반영해 표준어가 된 말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표준어가 아니었던 표현도 사람들이 꾸준히 사용하면서 그 쓰임이 인정되기도 하는데요. ‘주책’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는 긍정적인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는 경우 주책없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현실에서 ‘주책이다’도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런 쓰임이 굳어지면서 ‘주책맞다’, ‘주책스럽다’ 등이 표준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2016년 12월).
떡이나 밥의 쫀득한 식감을 표현할 때 ‘찰지다’와 ‘차지다’ 중 무엇을 써야 할지 헷갈리셨던 적 있으신가요?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의 표준어는 ‘차지다’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찰지다’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ㄹ’ 받침이 ‘ㅈ’ 앞에서 반드시 탈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함께 고려되어 찰지다도 차지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2015년 12월).
신조어 같지만, 알고 보면 표준어인 말
새롭게 생겨난 말 가운데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면서 우리말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표현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줄임말이나 유행어처럼 여겨졌지만,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표준어로 인정받은 말들인데요. ‘이 집은 가성비 맛집이야’라는 말, 일상에서 자주 쓰고 계실 겁니다. 이 문장 속에 있는 ‘가성비’와 ‘맛집’ 모두 표준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입니다.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하는데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일상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제는 공식 표준어로 인정받았습니다(2023년 12월). 음식의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음식집을 뜻하는 맛집 역시 오랫동안 일상에서 쓰였지만, 표준어는 아니었는데요. 사용 빈도와 변화하는 언어 현실 등을 반영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2016년 12월). 음식을 먹거나 씹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인 식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요리 방송과 음식 창작물 등을 중심으로 쓰임이 폭발적으로 늘며 표준어가 되었습니다(2023년 12월).